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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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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입력
2010.09.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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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밤늦게 도착한 읍내, 이정표가 도착하지 않았기에 나와 함께 방황하는 소읍이다 밤안개의 혀를 가진 골목이 있다면 침묵에도 안개의 긴 혀가 있다 고양이가 할퀴고 간 골목에는 전봇대 그림자 무성하다 완강한 콘크리트 전봇대, 꿈틀거리고 짓물린 물질 깊이 박혀 있다 전봇대는 짐짓 부드럽게 그림자를 늘려 볼썽사나운 나에게도 기댄다 내 속에 있는 철근의 부패한 냄새를 맡은 것이다 모든 전봇대 그림자는 저마다 향일점을 찾아가는데 내 그림자를 흉내내는 전봇대의 애욕이 서늘하다 낯설고 간절한 劇을 원한다면 녹슨 철근과 비슷한 내 뼈만 한 것이 있을까 그들의 접촉은 부식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내 뼈는 오래전부터 복화술을 배웠기에 그림자 속에서 휘파람 부는 뼈마디 하나 주운 것도 이상하지 않다

●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동네 공원의 나무가 다섯 그루나 넘어졌습니다. 잔가지 부러진 것까지 합치면 폐허가 따로 없더군요. 나무라면 서 있는 거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 줄 알았더니 그렇게 서 있는 일도 피로한 노동이었나 봅니다. 또 나무가 쓰러지면 그건 다시 세운대도 소용없는 모양입니다. 뿌리를 드러내고 누운 소나무를 인부들이 전기톱으로 자르더군요. 그 다음부터 서 있는 나무들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나무들 보면서 대단하구나, 잘도 서 있구나, 라고 대견하게 생각하는 건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태풍에 전봇대가 넘어진 걸 보진 못했으니, 나무들 잘 서 있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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