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2009 개정교육과정의 영향으로 전국 중학교의 약 70%가 영어 수업 시간을 늘렸고, 57%는 수학 시간을 확대한 것으로 6일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조는 이와 관련,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중심의 입시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며 개정교육과정의 시행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중심으로 운영되던 영어 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개정교육과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표면화 할 조짐이다.
전교조와 미래형교육과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전국 2,144개 중학교가 교과부에 제출한 2011학년도 교육과정 편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어 시간을 늘린 학교는 69.9%, 수학시간을 늘린 학교는 56.8%에 이른다고 밝혔다. 영어의 경우 전체 중학교 10곳 중 7곳, 수학은 10곳 중 6곳 가량이 개정교육과정 시행에 따라 수업 시간 연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과학시간을 늘린 곳은 22.1%, 사회시간을 늘린 곳은 16.3%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입시 비중이 낮은 과목의 수업 시간은 크게 줄었다. 한문, 정보, 제2외국어, 보건, 환경 등 선택과목의 수업시간을 줄인 학교는 58.7%, 가정을 줄인 학교는 38.7%, 도덕을 줄인 학교는 29.8%로 각각 조사됐다. 국어도 수업 시간을 줄인 학교(488곳)가 확대한 학교(209곳)에 비해 두 배나 많았다.
특히 부산지역은 70% 이상의 중학교가 기존 교육과정에 비해 영어를 20% 이상 늘렸고, 제주지역에서도 52%에 해당하는 학교가 영어를 늘렸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미래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을 학교 자율적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획일적 입시교육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새 교육과정 시행을 유보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개정 교육과정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에 의존하던 영어교육을 공교육이 흡수하겠다는 학교 측의 강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며, 일부 과목의 수업 시수가 감축된 것은 급변하는 시대적ㆍ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말했다.
교과부는 그러나 일부 선택률이 낮은 교과목에서 예상되는 교원 수급 문제는 복수자격증 소지자를 활용하거나 순회교사제 활성화 등의 대책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특히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수업시간을 무리하게 늘리는 식으로 교육과정 편성을 시도하는 학교는 컨설팅지원단을 통해 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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