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7월 특별채용이란 형식을 갖춰 유명환 장관의 딸 현선(35)를 뽑았지만 이는 사실상의 음서제를 가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응시자격 바꾸고 전형 기간도 조정
외교부는 현선씨가 특채에 응시하기 전부터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응시자격과 전형 일정 등을 조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우선 7월 1일 특채 공고를 낸 뒤 현선씨 등 지원자들이 지원 요건에 맞지 않아 모두 탈락하자 7월 16일 재공고를 냈는데 재공고 후 26일이 지난 8월 11일 접수를 마감했다. 대개 재공고한 시험은 앞서 공고가 한 번 나갔기에 서류접수를 길어도 보름 안에는 마치는데 이번 특채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서 접수를 마감했다.
이 기간 현선씨는 영어시험인 텝스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선씨가 제출한 텝스 성적표는 7월 20일과 마감 전날인 8월 10일에 나온 성적표 등 두 개가 있었는데 8월 10일 시험 성적이 앞선 성적보다 56점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선씨의 시험 결과를 외교부에서 기다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공무원임용자격운영지침상 새로 시험을 볼 때 응시자격의 범위는 가급적 기존 시험보다 줄일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이번 특채는 종전에 비해 자격 범위를 축소했다. 지난해 이후 시행된 6회의 특채 중 네 차례는 어학요건이 '토플과 텝스 또는 우대'로 돼 있었지만 이번 특채에서는 현선씨가 성적표를 제출한 텝스만으로 제한됐다.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절차 무시
외교부는 특채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면접종합평가에서 현선씨가 높은 점수를 받도록 심사위원도 조정했다. 제척사유가 있는 사람은 시험위원이 될 수 없음에도 한충희 외교부 인사기획관이 현선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에 직접 참여,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시험령을 위반한 것이다.
외교부 직제상 한 기획관의 직속 상관인 임재홍 기획조정실장과 신각수 1차관도 의혹의 중심에 있다. 유 장관의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인 신 차관이 이번 사건을 총지휘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번 사태에 개입한 사람을 한 기획관으로 한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 기획관의 윗선에서 특채 과정을 지시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현선씨에게 특혜를 준 외교부 인사 담당자 등에 대해서만 관계 법령에 따라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외교부 소속 심사위원이 만점 가까운 점수 줘
한 기획관을 포함한 외교부 간부 2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현선씨에게 면접점수를 만점에서 1점 모자란 19점을 주고 차점자에게는 각각 12점과 17점을 줬다. 하지만 나머지 외부 시험위원 3명은 현선씨보다 차점자에게 2점 많이 줬다. 결국 현선씨는 총점 7점 차로 경쟁자를 따돌렸다. 조윤명 행정안전부 인사실장은 "외교부 심사위원 2명 중 대사 출신인 1명이 현선씨가 유 장관 딸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모두 현선씨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하는 등 심사 과정에서 객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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