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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석 이코노미스트’ 도입 논란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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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석 이코노미스트’ 도입 논란 거듭

입력
2010.09.0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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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석 이코노미스트’제도 도입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한은은 이번 주 중 공고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대내외 공모 절차를 거쳐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선발, 늦어도 내년 초엔 임명한다는 방침. 그러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라는 자리를 둔 중앙은행이 거의 없는 데다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사례

김 총재가 생각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는 물론 국제 금융기구 등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경제분석과 전망을 주관하는 자리. 언뜻 보면 대변인 같기도 있지만, 단순히 ‘입’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두뇌’ 기능을 함께 담당하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교류를 통해 경제분석에서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기구는 대부분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도를 두고 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운용하고 있는데, 경제분석ㆍ전망에 관한 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나 앤디 시에는 모건스탠리에서, 손성원씨는 웰스파고에서 각각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바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두는 경우는 드물다. 중앙은행의 역할 자체가 국내외 경제상황을 조사ㆍ연구하는 곳인 만큼 기존 조직에서 이미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식으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둔 곳은 영란은행 뿐이며, 그 조차 현재 한은이 공모하는 자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조사ㆍ연구조직과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처우는 부총재보급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란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ㆍ통계 담당 집행이사가 겸직하는 자리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위원(일종의 금융통화위원)까지 맡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독립적 지위가 아니다. IMF는 조사국장이, IBRD는 부총재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공모를 통해 영입한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조사국장이나 조사 담당 임원을 겸직하도록 한다면 괜찮겠지만 내부조직과 별개 지위라면 한은을 대변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격 논란

김 총재가 생각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자격은 ▦영어 실력이 출중해야 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는 기본이고 ▦가급적 국제기구 근무경험자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더구나 한은의 ‘입과 두뇌’ 역할을 수행하려면 한은 조직문화나 정서에 대한 이해도 밝아야 하는데, 이 경우 ‘인재풀’은 더욱 좁아진다는 평가다. 만약 ‘물정 모르는 외부인사’가 영입돼 한은의 기존 조사ㆍ통계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따돌리기 시작한다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칫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한은 내부인사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이 경우 후보는 교수출신인 김경수 현 금융경제연구원장과 조사통인 김재천 부총재보인데, 김 원장은 내년 초 임기 만료 후 학교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김 부총재의 기용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인사담당 장세근 부총재보는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뛰어난 실력과 경력을 지닌 인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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