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사퇴시키며 귀환 불능점을 넘어선 공정사회 화두가 공직과 정치권을 넘어 사회 곳곳으로 파급될 태세다. 그 파괴력도 현재로선 예측 불허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맞아 공정 사회 화두를 꺼내든 데는 간단찮은 의미와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우선 집권 후반기 관리용으로 화두를 꺼내 들었을 개연성이 있다. 공직 사회를 다잡으면서 레임덕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6일 “공정사회는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명분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야당도 토를 달수는 있을지언정 전면 부인할 수 없는 절대 명제가 공정사회 구호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공정사회 화두는 역대 정권의 어느 사정 바람보다 강한 명분으로 무장한 채 칼날을 휘두를 채비를 갖춘 셈이다.
공정 화두는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집권 초반기에 떨어져 나간 중도층을 다시 불러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지지층 회복은 집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과 직결될 뿐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바닥 다지기도 된다.
공정사회를 이 대통령 시대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뜻대로만 구현된다면 공정사회는 이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한 여권 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처럼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정사회 화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현재로선 유ㆍ불리를 따지기도 어렵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여당에서 우선 시범 케이스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고, 또 “야당에게 빌미를 줘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엄존한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칼끝이 결국 야당으로 향하지 않겠느냐”며 경계 태세다.
한편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정한 사회가 지향하는 것은 사정이 아닌 엄정한 법 집행이며, 공직자와 사회지도층부터 잘 하자는 솔선수범”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사정은 차갑지만 공정한 사회는 따뜻하다”며 “워크숍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뒤 장관들이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각종 정책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기조에 맞춘 정책들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는 얘기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적인 사정을 결코 의미하지 않으며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거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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