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한 달만에 1,800선을 눈앞에 두면서 또다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뭉칫돈이 이탈할 조짐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1,740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가 이날 1,790선을 넘어서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 환매 압박을 받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3일 1,878억원의 주식을 내다 판 데 이어 6일에도 1,8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전 고점을 돌파할 때마다 펀드 환매 현상이 발생했는데, 올들어 이 과정에서 증시를 이탈한 자금이 10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이던 2007년 7월~11월에 가입된 적립식 펀드의 만기(3년)가 돌아온 것도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돌파하더라도, 펀드에서 환매가 쏟아져 나올 경우 주가 상승에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수 1,800대 위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 규모는 약 18조7,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절반인 9조5,000억원이 1,800대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IBK투자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최근 펀드 환매가 시작되는 주가 레벨이 상승하며 지수 1,700대에서의 환매 부담은 거의 덜었지만, 주가가 오르면 환매가 증가하거나 투자가 위축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지수 1,800선에 도달하면 펀드 환매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18조원이 빠져나가는 등 환매 대기 물량이 이미 많이 소화됐기 때문에, 펀드 환매가 주가에 부담을 줄 정도로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위원은 “지수 1,800선 이상에서 대기중인 환매 물량이 20조원에 육박하지만, 이 물량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간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상승과 소폭조정을 반복한다면 ‘펀드 런’까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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