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공무원 채용 제도 선진화 방안’의 개선 여부가 주목받고 있지만 행정안전부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선진화 방안은 행정고시의 명칭을 5급 공채시험으로 바꾸고 채용 인원의 절반을 외부 전문가 중에서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특별채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유 장관 파문 이후 공무원 자녀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특채가 음서제와 같은 기득권층의 공직 진출 통로가 되지 않도록 행안부 주관으로 1년에 1, 2회에 걸쳐 정해진 시기에 일괄채용 방식으로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부처가 뽑는 특채는 부정 소지가 있는 만큼 대규모 공채처럼 정부 부처별 특채를 통합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지난달 발표한 선진화 방안에서 예고됐기 때문에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맹 장관은 특히 “지난 10년간 정부 각 부처의 특채 비율은 평균 37.4%로 이미 상당히 정착된 제도”라며 “특채를 양지로 끌어내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선진화 방안을 두둔했다. 맹 장관은 이어 “선진화 방안에서 행시가 5급 공채로 명칭이 바뀐 것이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며 “5급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모이면 공무원 사회가 경직되고 편협해질 가능성이 높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공직에 수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는 면접만으로 유능한 인재를 가려내는 데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가려 낼 수 있는 공직적격성시험(PSAT)을 보도록 하는 방안과, 특채에서 로스쿨 출신 등 특정 출신이 무더기로 선발되는 것을 막는 직종별상한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미 나온 얘기다.
또한 행안부는 선진화 방안 발표 때 행시 준비생들에게 3∼4년의 유예 기간을 주면서 단계적으로 특채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혔었는데 이 일정에도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통해 특채 비율을 30~40%로 축소하는 조정안을 마련키로 해 향후 이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대표는 “행시와 특채 비율을 5대 5로 한다고 하는데 특채의 급격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 비율이 7대 3나 6대 4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다만 특채가 현행 행시 제도의 관료 순혈주의를 보완하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는 만큼 특채 비율 등은 당정회의를 통해 추후 조정하기로 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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