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에게 배우자의 사생활을 엿보는 방법을 알려줘 불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도운 법률회사(로펌) 직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 서초동 H로펌에 근무하는 서모(42)씨는 지난해 8월 의뢰인으로부터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A씨의 휴대폰 문자 내역을 감청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미 두 차례나 신용정보 관련 범죄로 처벌 받은 바 있는 서씨에겐 문자감청은 손 쉬운 일이었다.
서씨는 휴대폰 판매업자 등과 공모해 A씨 몰래 그의 명의로 통신사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 뒤 문자 송ㆍ수신 내역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하고,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의뢰인에게 건넸다. 의뢰인은 이를 통해 A씨와 자신의 아내가 주고 받은 문자를 훔쳐보며 불륜증거를 수집했다.
그러나 서씨의 행위는 경찰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수사에서 들통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공도일 판사는 통신비밀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서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씨는 의뢰인들에게 문자 메시지 감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줘 사실상 이 사건 범행을 부추겼고, 사생활과 매우 밀접한 문자 메시지를 수없이 감청한 만큼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서씨는 재판 중 반성문까지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서씨 등은 통신회사 직원과 공익근무요원까지 매수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취득ㆍ판매했고, 범행을 숨기고자 대포폰을 이용하는 등 계획적인 범행까지 저질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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