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건물 2층. 이 대학 식물온도센서연구단이 마련한 10평 남짓의 식물연구배양실을 찾았다. 기온을 23도, 16도로 맞춰놓은 두 개의 방에 10㎝크기의 애기장대(식물연구의 모델식물)가 빼곡했다. 연구단장 안지훈 교수(44ㆍ생명과학부)는 "인간이 온도에 따라 춥고 더운 걸 느끼듯 식물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온도와 식물, 특히 개화(開花)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빛과 온도가 개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1900년대 초반 알려졌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유전자의 존재"를 원인으로 꼽을 뿐이었다. 그 어떤 유전자를 찾는 게 식물온도센서연구단의 목적. 국내에서는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몇 팀 정도만 하고 있는 희귀주제다.
안 교수가 찾고자 하는 건 '돌연변이 유전자'다. 애기장대는 보통 23도에서 2주, 16도에서 한 달이 정상 개화 시점인데, 간혹 23도에서 한 달, 16도에서 2주 후에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특정 유전자의 이상(?) 탓이다. 안 교수 팀은 이 유전자를 통해 개화와 온도와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안 교수는 정체불명의 유전자를 규명해내는 데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 NAR(DNA와 RNA 전문저널)에 온도센서로 추정되는 유력 유전자의 존재를 발표하는 등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교수는 "다음 달쯤 개화를 사실상 결정하는 특정 유전자의 존재와 작용 원리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연구결과는 현실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예컨대 온도센서(유전자) 조작을 통해 매년 달라지는 벚꽃의 개화 시기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더 큰 꿈이 있다. 안 교수는 "높은 온도에선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식물의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는데, 지구온난화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며 "유전자 조작으로 온도와 무관하게 광합성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안 교수의 식물배양실에서 시작될 지도 모를 일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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