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말을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열광 속에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천재물리학자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책 의 출간이 예고된 때문이다. 대중을 위해 알기 쉽게 우주의 기원과 구조, 팽창과정 등을 설명한 책이라곤 하지만, 앞선 나 처럼 초끈이론, M-이론 등 난해한 현대물리학에 대한 기본이해 없이는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그의 책은 매번 엄청나게 팔렸지만, 마르크스의 처럼 '가장 읽히지 않는 베스트셀러'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어쨌든 는 서점에 풀리기도 전에 이미 거대한 논쟁에 휩싸였다. 영국언론은 지난 주 책 내용을 발췌 소개하면서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는 도발적 제목을 달았다. 우주의 기원이 된 대폭발(Big Bang)은 물리학 법칙의 필연적 결과라는 그의 '자발적 창조론'을 압축한 표현이다. 더욱이 호킹은 "(창조를 설명하려) 종이에 불을 붙여 우주를 폭발시키는 신을 부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단다. 이 냉소적 비유는 기독교신앙에 바탕한 창조론자, 다른 말로 '지적 설계론자'들로서는 가히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만한 것이다.
■ 10년 전 책에서도 신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던 그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에게 선택된 지구'의 자긍심을 무너뜨릴 만한 또 다른 태양계의 발견이 첫 계기였다고 하지만, 보도내용으로 미루어 우주의 현상을 완벽하고 통일되게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도달한 것이 결정적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런 이론 구축이 현실화한다면 창조론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다. 우주와 생명, 인간의 기원과 발전과정에서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거나, 입증되지 않는 바로 그 지점이 지금까지 신이 머물러온 자리인 때문이다.
■ 모든 인간이 숙명적으로 갖고 있는 세계와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이 조금씩 답을 얻어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기꺼운 일이다. 그러나 또한 한편으론 두렵고 허망하다. 과학 발전에 따라 정신작용도, 사랑의 감정을 포함한 복잡미묘한 마음까지도 내분비계 화학적 성분의 조합으로 규명돼간다. 모든 것이 물리법칙과 화학반응으로 설명 가능한 세계 속에서 우리는 과연 후련해서 행복할까?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의 존엄성이나 존재의미는 그럼 뭘까?…가을 문턱에서 호킹의 신작 소식에 접해 문득 어지러운 상념에 잠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