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최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20여분 동안 모두발언을 하면서 모두 22차례 '공정한 사회'를 언급했다. 1분에 한번쯤 말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장∙차관, 청와대 참모진 등 10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에게 집권 후반기에 공정 사회 구현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추진 배경과 방향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현정부가 대선자금 문제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정부'라고 주장하면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소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물론 야권은 이같은 언급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어서 이 대목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330억원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헌납했음을 최근 다시 언급한 이 대통령이 '위로부터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8∙8 개각에 따른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의 낙마와 관련 책임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는 개각, 유명환 장관 퇴진 등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이 "정부∙ 여당이 먼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모든 비리에 대해 손을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정 사회 기조는 대외정책에도 적용될 듯하다. 이 대통령이 "인구 600만~700만 수준인 노르웨이, 스웨덴이 우리보다 몇 배 많은 해외원조를 한다"며 "정말 우리가 제대로 도와줘야 남으로부터 존경 받는 나라가 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기조를 실천하는 준거로서 '민생 현장 중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일 경기 구리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상인들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내 임기가 마칠 때까지 제일 바닥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3년간 노점상을 하다가 처음 가게를 얻은 아주머니가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며 그분을 위로해달라고 하더라"면서 "막상 소개받은 그 분도 '어떻게 하든 내 힘으로 살아가겠다. 나보다 힘든 분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보이며 숙연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국정감사에 소극적으로 임하지 말고 국정을 홍보하는 기간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번 정기국회가 중점 법안 통과의 마지막 적기라고 생각하고 장∙차관들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워크숍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초과한 오후 7시쯤 마무리됐고, 이어 1시간 동안 설렁탕에 막걸리가 곁들여진 식사가 이어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찬 건배사에서 '풍운지회'(風雲之會∙용이 바람과 구름을 얻어서 기운을 얻는 것처럼 총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만난다)란 말을 인용해 "어진 대통령과 영특한 장관들이 국민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자"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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