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오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기까지는 악화된 여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유 장관의 큰 딸 현선(35)씨의 특별채용 특혜 논란은 지난 2일 저녁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단 한 명을 뽑는 FTA(자유무역협정) 전문계약직(5급) 특채에서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합격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이 즉각 보고됐고, 특히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청년들이 분노하면서 외교부 홈페이지가 일시 다운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에 유 장관은 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고 딸의 특채 응모를 자진 취소시켰다. 그러나 유 장관은 사실상 공정한 심사였음을 강조했고, 외교부도 “장관 딸이라는 점을 알 수가 없었다”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외교부가 현선씨의 특채 지원을 위해 공모 요건을 변경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과거 외교부 근무 당시 이뤄진 현선씨의 2년 계약 연장 및 부적절한 근무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여기에 2일 밤과 3일 오전 두 차례 특혜 의혹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이 철저한 경위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3일 오후 공개되면서 유 장관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즉각 특별인사감사팀을 외교부로 보내 채용 경위와 절차를 집중 조사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 사이 유 장관의 처신이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장관 제청권을 가진 총리의 공석 등을 이유로 유 장관 경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했지만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의 기류는 한발 앞섰다. 민주당 등 야권은 3일부터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원희룡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3일부터 외교장관 사퇴론을 제기했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4일 오전 유 장관 자진사퇴 촉구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5일 “4일 오전 10시에 유 장관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이러한 당의 의견을 원희목 비서실장을 통해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여론을 종합해보니 예상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청와대가 당의 의사를 잘 수용해 국민에게 걱정을 덜 끼쳐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유 장관은 4일 오전 김영선 대변인을 통해 사의 표명을 공식 발표했고,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사의를 즉각 수용했음을 밝혔다. 유 장관은 2009년 국회에서의 ‘욕설’ 발언과 지난 7월 ‘친북 성향의 젊은이들은 북한에 가서 살라’는 취지의 언급 등으로 2년 7개월 재임 기간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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