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쳐온 연기금이 최근 심상치 않아졌다. 사들이기만 해왔던 연기금이 돌연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사실 연기금은 올 들어 주식 순매수를 늘려왔다. 7월과 8월에는 순매수액이 각각 1조원을 넘어섰고, 연초 이후 지금까지 순매수는 5조8,000여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주(8월30일~9월3일)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197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연기금으로선 보기 드문 움직임이다.
연기금 살만큼 샀나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주식 매수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코스피지수 1,700대에 안착한 주가는 '하락시 매수, 상승시 매도' 전략을 취하는 연기금에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 지난 31일과 1일, 3일 잇달아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매수세도 약해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연기금의 주식 매수가 지속되리라는 분석이 아직은 더 많다. 연기금 중 최대규모인 국민연금이 계속 국내주식 투자를 확대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강도가 약해지더라도 매수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가운데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를 올해말 16.5%, 내년 18%로 정했는데,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주식 비중은 15%를 약간 웃도는 정도여서 내년까지 8조원 정도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도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렴하기 때문. 교보증권 김동하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연기금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9~11배 수준에서 대거 순매수하는 패턴을 보여왔는데 지금 9배 수준이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기금 따라하기
일부 증권사들은 수급이 불안정한 외국인보다는 연기금의 매수 종목을 따라 하는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연기금은 순매수 종목을 시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교체,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지난달 7.74%로 코스피지수 상승률(3.48%)의 2배에 달하는 등 최근 석 달간 꾸준히 코스피 대비 4%포인트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의 가장 쉬운 방법은 연기금이 최근 매수세를 확대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 8월 이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만도 LG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주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련 주에 매수세가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또 2차전지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화학업종과 철강업종에도 순매수가 늘고 있다.
반면 상반기 집중 매수했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전기전자업종은 3분기 들어 경기둔화 우려로 약세를 보이면서, 연기금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교보증권은 최근 연기금이 순매수를 확대하고 있고 3분기 실적 향상도 기대되는 종목으로, 삼성중공업 S-Oil 삼성카드 제일모직 대한항공 등을 추천했다.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기금의 보유지분이 많은 종목보다는 아직 많이 사지 않은 종목에서 선별하라는 것이다. HMC투자증권 김중원 책임연구원은 "5%룰(지분 5%이상 보유 또는 이후 1% 이상 변동있으면 분기마다 의무적으로 공시)과 10%룰(10%이상 지분 보유종목은 매번 거래할 때마다 신고)때문에, 연기금은 특정 종목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확대하기에 부담이 크다"며 "국민연금의 경우 작년말기준 지분 5%이상 종목은 보유지분을 줄이고 지분 5%미만 종목들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보유지분 5% 미만의 코스피200종목 중 꾸준히 수익을 내는 종목으론 코오롱, 고려제강, 부광약품, STX엔진, 글로비스, 대우인터내셔널, 삼성테크윈 등이 꼽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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