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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필즈상(賞)에도 융합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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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필즈상(賞)에도 융합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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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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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분야에서 최고의 영예라고들 하는 필즈상과 관련해서 여러 문의를 받곤 하는데, 전문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필즈상 업적을 설명하는 게 참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사정이야 수학만의 특징은 아닐 것이다. 어떤 분야나 그 분야의 주요 성취를 일반인에게 보여주고, 그런 성취들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에 기여할 것임을 알리는 노력은 필요한 것인데, 결코 쉽지 않다.

얼마 전에 4명의 새로운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전통에 따라, 4년 만에 개최된 국제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인도의 파틸 대통령이 수여했다. 언뜻 보기에 왜소한 할머니로 보였던 파틸 대통령이, 고대 인도에서 이루어진 숫자 '0'의 발견처럼 인도 문화에 수학적 전통이 깊게 자리한다는 연설을 통해 수천 명의 수학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융합이 현대수학의 큰 화두임을 깨닫게 된다. 중ㆍ고등학교 시절에 수학을 즐기고 나름의 성취도 이루었던 경험이 밑받침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정말 그런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먼저 2006년의 필즈상 수상자들을 보자. 타오 교수는, 10살 때부터 IMO(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3번 연속 출전했는데, 13살에 받은 금메달은 지금도 최연소 기록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한 조화해석학 분야와는 상당히 다른 정수론의 주요 문제를 해결해 필즈상을 수상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필즈상 수상을 거부해서 파란을 일으켰던 페렐만 박사는 IMO에서 만점으로 메달을 받았고, 100여년 동안 미해결 난제이던 푸앵카레 추론을 해결했는데, 위상수학 분야의 문제인데도 상당히 다른 편미분방정식의 접근을 사용해서 풀어냈다. 오쿤코프 교수와 베르너 교수는 전통적인 수학과 이론물리학을 넘나드는 업적으로 수상한 경우이다. 대수기하, 확률론, 복소해석을 도구로 활용하며, 물리학의 주요 문제를 해결했다.

올해의 필즈상 수상자를 보면 이러한 융합의 추세와 유년기의 역할이 더욱 분명해진다. 수상자 전원이 유년기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받았다. 응오 교수와 스미르노브 교수는 만점으로 금메달을 수상했었고, 린덴스트라우스 교수와 빌라니 교수는 동메달을 수상했었다. 스미르노브와 빌라니는 수학적 엄밀성으로 이론 물리학의 주요 문제를 해결한 경우이고, 린덴스트라우스는 동역학계의 방법론을 사용해서 정수론의 문제를 풀어냈다. 응오 교수는 정수론 한 분야에 진력해서 큰 성취를 이룬 경우인데, 랭글랭즈가 제안했던 대수와 정수론의 통합이론에서 중요한 기초정리를 해결해 냈다.

학문적 성취를 일반인에게 설명하면서, 쉬운 말만 사용하면 부정확한 설명이 되기 십상이고, 정확히 전달하려 하면 전문가들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곤 한다. 난해한 학문적 성취가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를 얘기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최근 필즈상 수상자들이 확률론이나 동역학계의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인데, 이런 개념을 사용해서 금융시장을 예측하고 컴퓨터 계산이 훨씬 빨라지는 등의 응용이 출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래의 활용을 지금 재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필즈상의 추세를 보면, 대학원 시절부터 평생 한 분야에 전력해야만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가 되고 의미 있는 학문적 성취를 하던 시절은 변하고 있다. 유년기에 수학을 즐기고 성취를 이루었던 경험이 대 수학자를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하는 것도 확실하다.

이제부터라도 재능 있는 어린 학생들을 발굴하고 북돋는 일, 대학에서 여러 학문분야를 골고루 공부하게 해서 융합의 시대에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을 키우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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