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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졸렬한 북과 남, 커지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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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졸렬한 북과 남, 커지는 위험

입력
2010.09.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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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하고 한심한 정권이 '빨리 망하기' 바라는 마음은 생뚱맞지는 않다. 국치(國恥) 100년인 지난 8월에 나는 조선에 대해 때때로 그런 생각에 빠졌다. 황현의 등에 적힌 고종과 민비 일가의 한심함은 망국을 불러올 만했다.

갑작스런 북의 붕괴 대책은

그러나 사실 빨리 망했어야 할 조선은 고종 때의 조선이 아니라 선조 때의 조선이었다. 전쟁 속에서 무력하고 한심했던 왕, 찌질하게 피난만 다녔으면서도 재임기간은 길었던 왕. 그 전쟁 후 일본과 중국은 정치적으로 재편되었으니, 조선도 그리 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조선에 대해 애정이 있는 학자들은 '조선이 빨리 멸망했어야 했다'는 생각도 식민주의적 태도라고 하지만, 글쎄다. 무력한 왕조를 뒤엎는 것도 유가에서는 하늘의 뜻 아니었나?

그러나 '빨리' 가정법도 콤플렉스의 표현인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 아직도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식민지 상황에 대해 아직도 한국 안에서 의견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 스스로 역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합방'이나 '병합'이라는 용어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도 이 컴플렉스를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도지게 만들었다. '을사늑약'이라는 말도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한자투 말이었는데, '병탄'도 그렇다. 강제성을 드러내면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말이 아직도 없다니!

강제병합 문서에 조선국왕의 국새가 찍혀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보도를 읽고, 나는 고종에 대해 작은 연민을 느꼈다. 그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버틴 것이다. 연민은 미움을 조금은 줄였다. 그가 조금 똑똑했었다고 한들 당시의 제국주의적 정세를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 그에게 모든 탓을 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고종에 대한 미움을 조금 극복할 무렵, '빨리 멸망'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또 다른 '조선'과 직면한다. 북한이 3대에 걸친 세습을 하려는 모습을 보면, 같은 민족에 대해 남아 있던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 점진적인 개방을 통한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조차도, 체제 개혁 대신에 권력세습만 하는 사회주의는 지겹다. 그러니 어처구니없고 고약한 독재자를 보면서, 북한이 '빨리 멸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빨리 멸망'은 우리 뒤통수를 때릴 부메랑이다. 갑작스런 붕괴에 의한 통일은 엄청난 비용과 난민을 유발한다. 또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 과정에 들어설 때, 남한 주도로 통일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은 감히 북한 영토를 흡수하는 데는 이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자신에 유리하게 개입할 것이다.

보수층은 북한을 빨리 붕괴시킨 후 미국의 힘을 빌려 통일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외교를 잘 하는 것과 외세에 의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정부는 미국에만 기대지 말고, 같은 민족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하라. 붕괴 상황을 통제할 외교적 실력과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노력이 있어야 한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할 당시, 동독인들은 자발적으로 벽을 부수면서 통일을 원했다.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이 같은 민족끼리의 통일을 원하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미군과 같이 들어간 한국군도 나쁜 점령군으로 보일 것이다. 최근 미군의 특수전 전문가인 모 대령도 이 점을 확인해 주었다.

북 주민들의 마음을 사도록

그는 북한 인민들은 모든 점령군에 대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보다 더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무책임한 태도일 뿐이다. 무참한 내전을 겪을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통일세' 같은 공허한 말을 할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통일을 원하도록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전의 위험이 줄어든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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