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의 짧은 생애, 작품활동은 6년에 불과했지만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로 우뚝 선 천재 작가 이상(李箱ㆍ1910~1937). 이상의 100번째 탄생일(9월23일)을 맞는 이 달,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의 진면목을 재조명하는 전시회 등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회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이 10일부터 여는 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전 ‘2010 이상의 방(房)’.
이상의 생애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한 곳으로 꼽히는 영인문학관은 이번에 이상의 육필 원고 27점과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56점을 공개한다. 영인문학관은 “이상이 일본에서 객사한 뒤 부인 변동림(1916~2004)씨가 유품을 수습해 귀국했지만 유족들의 소홀함과 두 번의 전쟁으로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다”며 “소장 중인 육필 원고는 평론가 이어령(강인숙 관장의 남편)씨가 1960년대 고서적상 등을 뒤져 발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의 육필 원고는 연작시 ‘오감도’ ‘조감도’ ‘삼차각설계도’ ‘이상한 가역반응’ ‘건축무한육면각체’ 등이 전시된다. 대부분 A4 절반 크기의 모조지 낱장 형태로, 앞뒤 면에 연필로 시가 쓰여져 있다. 한글로 쓰여진 ‘오감도’ 제4~6호 외엔 모두 일본어 원고다. ‘모조진주 제조법’이라는 제목의 유고 노트도 전시된다. 15쪽가량에 걸쳐 모조진주를 만드는 방법이 기술돼 있는 이 노트는 이공계 출신으로 과학 분야에 해박했던 이상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상의 사진은 경성고등공업학교 재학 시절 촬영된 것이 많은데, 대부분 그의 동창인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이 제공한 것이다. 족두리와 치마저고리로 여장을 하고 연극반 동료들과 찍은 사진, 학교 화실에서 한 손에 여러 자루의 붓을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 군복에 장총을 들고 교련 수업을 받고 있는 사진 등에서 학창 시절의 이상을 만날 수 있다. 이상이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1930년대 사진도 있다.
11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 중엔 평론가 이어령(9월11일) 권영민(9월18일) 강인숙(9월25일)씨가 이상의 생애와 문학에 대해 특강을 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02)379-318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이 17일부터 여는 특별기획전 ‘木3氏의 出發(이씨의 출발)’은 이상의 모더니스트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경성, 제비다방, 백화점, 극장으로 각각 명명된 4개의 ‘작가의 방’으로, 이상이라는 불세출의 작가를 탄생시킨 1930년대 한국의 모더니티를 각종 사료를 통해 조명하는 공간이다. 두번째는 이상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미술가 4명의 전시회로, 바이런킴 정연두 정영훈 차지량씨가 영상 및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10월 13일까지. (02)760-4606
최근 재개장한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서는 지난 1일부터 이상의 작품을 형상화한 그림 30여 점을 전시하는 ‘이상, 그 이상을 그리다’ 전을 열고 있다. 김선두 민정기 최석운 황주리 등 화가 9명과 소설가 윤후명씨가 참여했다. 13일까지. (02)721-3203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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