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자기가 가진 주식이나 부동산은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까. 또 왜 손해를 본 주식은 오래 보유하면서, 이익이 난 주식은 금방 처분해 버릴까.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줄 알면서도 투자를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모두 투자자들이 가진 잘못된 편견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지 않고는 좋은 투자성과를 얻기 어렵다. 오늘은 투자자들의 편견에 대해 알아보자.
구관이 명관? - 현상유지 편견
학창시절 시험에서 답안을 바꿨다가 틀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3번을 썼다가 고민 끝에 4번으로 바꾸었는데 알고 보니 정답이 3번이었을 경우 기억은 오랫동안 남는다. 그런데 혹시 답안을 바꾸지 않고 3번으로 그대로 두었다 틀린 적은 없을까. 아마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현 상태를 바꾸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일어나는 부정적인 결과를, 행동을 취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했을 때 일어나는 부정적인 결과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한다. 사람들이 처음 선택을 바꿀 기회가 왔을 때 바꾸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현상유지 차원의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이를 심리학에서는 ‘현상유지 편견’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유지 편견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1990년 초 미국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는 보험업법을 개정, 주민들에게 두 가지의 자동차보험을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즉 자동차사고가 났을 때 피보험자에게 다양한 권리를 부여하는 다소 비싼 보험과, 법적 권리를 보다 많이 제한하는 다소 싼 보험이 그것이다. 두 보험은 경제적으로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뉴저지에서는 비싼 보험이 기본으로 제시되었고 주민의 70%가 이를 선택하였다. 반면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값싼 보험이 기본으로 제시되었고 비싼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를 해지해야 했다. 결국 주민의 80%가 값싼 보험을 선택했다.
바꾸지 말걸 그랬어 - 후회회피 편견
현상을 유지하려는 심리는 주식투자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다음 두 경우를 비교해 보자. 친구의 권유로 A사 주식을 처분하고 B사 주식으로 바꿔 탔다가 B사 주식이 하락해 손해를 본 사람. 또 친구의 권유를 물리치고 A사 주식을 계속 보유했다가 손실을 입은 사람. 둘 중 어느 쪽이 후회가 더 클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친구의 말을 듣고 종목을 바꿨다는 쪽의 후회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적절한 매도 시점을 놓치곤 한다. 괜히 팔았다가 더 큰 손해를 입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자의 심리를 ‘후회회피 편견’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후회회피 편견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 일이 사후에 적절치 못한 것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결정적인 행동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회회피 편견은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미실행 오류’와 스스로 행동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게 되는 ‘실행 오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통상 실행 오류에 따른 고통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앞서 친구 말을 듣고 종목을 바꾼 투자자의 후회가 더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후회회피 편견으로 인해 사람들은 현재 상황을 바꾸려는 의사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여러 가지 실수를 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이익실현 시점을 놓쳐 버리는 것이다. 오르고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파는 것을 추가로 얻게 될 수익을 잃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오른 것은 반드시 떨어지기 마련이다.
비자발적인 장기 투자자가 되는 것도 후회회피 편견과 관련이 있다. 상승장의 끝 무렵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전에 손절매 하고 시장을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을 쉽게 매도하지 못한다. 혹시 내가 주식을 팔고 나면 다시 주가가 올라갈까 두려운 것이다.
후회회피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하락장에서도 소극적이 된다. 은 약세장에서 투자자의 심리를 나타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큰 폭의 하락이 있은 다음 심리적 상처를 입은 투자자들은 쉽게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다. 주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이를 일시적인 회복으로 보거나 조금 나아지긴 했어도 예전처럼 큰 폭의 강세장이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머뭇거리게 된다. 혹시 잘못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떨어질까 두려운 것이다.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면 그 때서야 투자 결정을 하게 되지만 이미 주가는 오를 만큼 오른 다음이다.
후회회피 편견이 군집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매입한 주식에 함께 투자하는 것이야 말로 미래의 후회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결정이 엄청나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의 붕괴에서 보듯 군중이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후회회피 편견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포트폴리오 선택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도 상승장에 속하지 못할 경우나 하락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때는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퇴 계획을 수립할 때 채권과 주식에 50대 50으로 분산투자 했다고 한다.
이익보다 손해 안보는 것이 더 좋아 - 손실회피 편견
길에서 1만원을 잃어버리는 것과 1만원을 줍는 것 중 어느 쪽이 심리적 영향이 클까. 잃어버린 돈과 주운 돈이 1만원으로 똑 같다면 심리적 영향도 똑 같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일한 금액의 이득이 주는 만족도보다 손실이 주는 충격이 훨씬 크다고 한다.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 교수에 따르면 동일한 액수의 이득보다 손실이 주는 영향력이 최소한 2배 이상 크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이익에 대해 평가할 때 위험회피에 지나치게 치중하게 되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손실회피 편견’이라고 한다.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떨어지는 주식을 쉽게 팔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손실회피 편견과 관련 있다. 즉 주가가 떨어져도 팔기 전까지는 서류상의 손실에 불과하지만, 만약 주식을 팔게 되면 장부상 손실에 불과하던 것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기정사실로 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즉 손실 본 주식을 팔면 ‘확실히 손실을 입는 것’이고, 팔지 않고 기다리면 손실이 줄어들 수도 있거나 운이 좋으면 원금을 회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손실 본 주식을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투자자들이 잃어버린 손실을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손실을 본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만드는 ‘본전회복병’에 걸리게 함으로써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주가가 오를 때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이익 회수를 서두르는데 이것 역시 손실회피 편견과 관련이 있다. 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지 않고서야 장부상의 이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이익을 회수하지 않으면 언제 시장이 반전되어 수익률이 무효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주식을 쉽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상승 가능성을 제한하고, 지나치게 빈번한 거래를 하게 함으로써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손실회피 편견으로 인해 손실을 본 주식은 계속 보유하고 이익을 본 주식은 쉽게 처분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준이 되는 준거점을 지나는 가치함수는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손실을 본 투자를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위험 추구 행동이 손실영역(3사분면)에서 크게 나타나고, 이익을 본 투자를 지나치게 빨리 처분하려는 위험회피행동이 이익영역(1사분면)에서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손실회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은 명확한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할 때 본전회복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명확한‘손절매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가령 10%의 손실이 생기면 즉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손절매 원칙을 수립할 때는 주식의 정상적인 변동성을 고려해 손절매 구간을 설정해야 한다. 주식이 단지 통상적인 등락을 반복한다면 매도할 필요는 없다. 손절매 원칙이 본전회복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상승장에서 오른 주식을 파는 이익실현 원칙을 설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김동엽 은퇴교육센터장
■ 소유효과
미국 시카고대 리처드 탈러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교 로고가 박힌 머그잔을 나눠주고 그들 사이에서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았다. 강의실 안의 학생들 중 무작위로 반을 골라 머그잔을 하나씩 나눠준 다음, 머그잔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교환이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머그잔을 갖고 있는 학생이 최소한 받아야겠다고 말하는 금액의 중앙값이 5.25달러였던 것에 비해, 머그잔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이 최대한 내겠다고 한 금액의 중앙값은 2.75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본래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사려고 하는 사람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이, 팔려고 하는 사람이 최소한으로 받아야 하겠다는 금액보다 커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물건이라도 자기 것을 남의 것보다 더 값나게 여기는 경향을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른다.
소유효과는 부동산 거래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은 매매시장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실시간으로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부동산 포털사이트나 중개업소를 방문해 거래가격을 알아 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해당 부동산의 정확한 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부동산을 보유한 매도인은 자기가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비싼 가격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다른 사람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자기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소유효과 때문이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소유효과를 이용해 이윤을 키우기도 한다. TV홈쇼핑에서 일단 먼저 써 보고 만족하지 않으면 반품하라는 권유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케이블 TV 회사나 인터넷통신 사업자로부터 일정기간 무료로 사용하거나 초기 사용료를 깎아 준다는 제의를 받아본 적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의도한 것은 이와 같은 제의를 통해 소유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