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22ㆍ호반건설)이 아마추어 장수연(16ㆍ함평골프고1)의 실수 덕에 1년 만에 극적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5일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화성 리베라 컨트리 클럽(파72ㆍ6,500야드)의 18번홀(파5). 아마추어 장수연은 2위 이정은에 2타나 앞서 있어 보기만 해도 지난주 LIG 클래식 챔피언인 배희경(18ㆍ남성여고3)에 이어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아마추어 선수가 2주 연속 우승한 기록은 1995년 미도파 여자오픈과 크리스찬디올 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정상에 오른 박세리가 갖고 있다.
18번홀 3온에 성공한 장수연은 2퍼트로 파 세이브, 2타차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김하늘(22ㆍBC카드)도 장수연에게 '물 세례'를 하며 우승을 축하했다.
하지만 상황이 돌변했다. 최종 라운드를 마친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 직전 김광배 KLPGA 경기분과위원장이 15번홀(파4)에서 장수연의 캐디백이 경기에 도움을 줬다고 판단해 2벌타를 부과했다.
한 갤러리가 장수연이 15번홀에서 그린을 미스하고 어프로치샷을 하는 순간 골프백이 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대회조직위원회에 전화로 제보, 경기위원들이 중계차에 모여 비디오판독을 해 8조 2항 '플레이 선의 지시'를 위반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8조 2항은 '퍼팅 그린 이외의 곳에서 플레이어는 스트로크 하는 동안에는 플레이 선 또는 홀을 넘어서 그 선의 연장선 위에나 그 선 가까이에 어떤 장비도 세워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수연은 규정 위반으로 2타를 잃어 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가 돼 이정은과 동타로 연장전을 펼쳤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는 이정은이 장수연을 압도했다. 이정은은 7m 버디 퍼팅을 놓쳤지만 파를 무난히 잡았고, 반면 우승을 놓친 뒤 눈물을 흘리며 연장전에 나선 장수연은 2m 파 퍼팅을 놓치면서 고개를 떨궜다.
장수연은 "내 앞에 백이 놓여있었는지 그 때는 정말 몰랐다. 그런데 화면을 보니 백이 앞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아쉽긴 하지만 친한 정은 언니가 우승을 해서 괜찮다. 이번 기회를 통해 룰도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을 했기에 만족한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해 9월 신세계 KLPGA선수권 이후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을 달성하며 우승 상금 6,0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수연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말이 안 나온다"면서도 "올해 세운 5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성=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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