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치레했을 뿐”이라고 했다. 2009~10시즌 처음 감독 자리에 앉아 원주 동부를 4강까지 올려놓은 강동희(44)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라는 전제가 싫다. 처음치고 잘했다는 말은 그에게 어처구니없는 웃음만 낳게 할 뿐이다.
일본 도쿄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강 감독은 4일 “팀원 전원이 날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가올 2010~11시즌, 4강 플레이오프를 넘어 챔피언결정전, 나아가 우승까지 거머쥐려면 상대 전력이 누가 강하다는 계산에 앞서 내실부터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부는 포인트가드 표명일이 KT로 옮겼고, 슈터 이광재가 군입대하면서 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드문드문 샌 강 감독의 옆머리가 죄다 허옇게 될지도 모를 일. 그러나 강 감독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한 단계씩 올라가게 만드는 것도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감독 강동희’의 화려한 ‘시즌2’는 지금부터다.
아바타를 찾아라
한국농구의 포인트가드 계보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강동희다. 그가 부린 마법은 농구대잔치 시절 7차례 우승이라는 전설을 낳았다. 프로에서는 2004년 은퇴하기까지 4차례나 어시스트왕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믿을 만한 포인트가드 부재로 고민이다. 박지현, 류광식, 신인 안재욱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기는 했는데 다들 고만고만하다. 강 감독은 “포인트가드라면 팀의 소금이 돼야 하는데 되레 소금을 뿌리면 어떡하느냐”고 쓴소리도 마다 않는다. 현역 때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닐 듯. 강 감독은 그러나 “키우는 보람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루 슛 1,000개도 모자라
“공격을 이길 수 있는 수비는 없고, 공격이 되려면 슛부터 돼야 한다”는 것이 강 감독의 지론. “포인트가드든 슈팅가드든 슛이 돼야 좋은 선수”라는 그는 “하루 1,000개 이상씩 슛 연습을 해서 눈감고도 넣을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선수들도 있어요. 그런 자세로는 절대 어렵다는 거죠.” 중앙대 시절, 자정은 기본이고 밥 먹듯 밤을 지새우며 림과 씨름했던 그다.
지난 시즌 강 감독이 집(용인시 죽전동)을 찾은 횟수는 고작 한 달에 2, 3번. “선수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담배도 끊고 팀에만 매달렸다. 다음달 15일 새 시즌이 시작되면 가족과는 다시 생이별. 강 감독의 흠집투성이 ‘고물’ 휴대폰 속에는 죄다 일곱 살, 다섯 살인 아들 둘의 사진들뿐이다.
도쿄=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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