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외교통상부에선 유명환 장관 딸 특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놓고 실ㆍ국장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 사이에서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외교부 역사상 공식 회의 석상에서 참석자들이 이렇게 언성을 높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당시의 험악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유장관 딸 특채 사태가 외교부의 내분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 공방은 행정안전부의 감사 결과 유 장관 딸의 특채를 주도한 것으로 돼 있는 외교부 인사담당자 한충희 인사기획관의 윗선이 누구냐를 두고 갈라졌다.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으로 윗선이 누구인지 거론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한 기획관의 상관인 임재홍 기획조정실장이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 나왔고, 일부 언론에서도 그렇게 보도됐다. 이러자 임 실장은 회의석상에서 "나는 지휘체계상 인사 기획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밖에 없다. 누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내 책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발끈했다고 한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조직이 단합하고 차분히 감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없는 얘기를 지어내면 되느냐"며 "왜 등 뒤에서 칼을 꽂느냐"고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내가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이번 사건을 유 장관의 최 측근인 신각수 제1차관이 총지휘하고 한 기획관이 전면에서 실무를 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 차관은 유 장관의 서울고-서울법대 직속 후배로 최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신 차관이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드러날 경우 책임론의 칼끝은 외교부 최고위선으로 향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 차관은 임 실장의 항변에 대해 별다른 대응 없이 "외교부가 하나의 위기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극복함으로써 외교부가 거듭나는 새로운 기회로 삼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는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후 밀려들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감사결과를 토대로 외교부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후속 인사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행안부가 다른 특별채용에 대한 인사감사도 진행하는 상황이어서 감사 결과에 따라 내부 조직이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아울러 이번 파문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쏟아지고 있다. 한 직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특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행안부 인사감사 결과에 대해 "직원 특별채용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들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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