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직접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 장관 딸의 외교부 특채 단독 합격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단 외교부는 "(채용 과정에서) 장관 딸이라는 점을 알 수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 간부들의 면접 참가, 유 장관의 사전 인지 여부, 외교부 전형 방법 변경 등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 장관의 장녀 현선(35)씨는 지난 달 31일 서류전형(1차)과 면접(2차)을 통해 선발하는 FTA(자유무역협정) 전문계약직(5급) 단독 채용에 합격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5명 중 2명이 외교부 간부였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채용 방식이 필기시험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조직 수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외교부 간부들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심사위원은 누가 지원자인지 모른 상태에서 온다"며 "외교부 국장급이나 부대변인 공채도 관련 법령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심사해 왔다"고 해명했다. 면접 자리에서 파일을 확인하는데다 파일을 통해서도 가족관계를 알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인사라인에서 오히려 더 엄격하게 심사를 하지 않겠어요"라는 유 장관의 언급과 비교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외교부 해명과 달리 심사위원들이 장관 딸임을 인지하고 '엄격하게' 심사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1차 공고에서 현선씨를 포함한 응모자 8명을 전원 탈락시킨 대목도 석연치 않다. 외교부는 7월16일 오후 7시30분 '적격자 없음' 공고를 낸 지 1시간 뒤 8월11일까지 서류 제출 마감일 재공고를 했다. 1차 공고에서 현선씨는 시효가 지난 어학성적증명서를 제출해 탈락했다. 이에 따라 현선씨가 새로운 어학성적증명서를 확보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외교부가 응모자 전원을 탈락시키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선씨는 재공고일인 7월16일부터 8월11일 사이에 텝스(TEPS) 성적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1차 공고 때 전원 탈락시킨 것은 서류전형 요건에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나머지 7명이 '박사 학위자' 또는 '석사학위자+유관기관 2년 이상 근무 경력'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2009년 9월 발표된 특채 공고문에 '국내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로 제한됐다가 올해 자격이 낮춰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석사학위 소지자인 현선씨를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선씨는 미국 랭글리(Langley) 고교 졸업 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고려대 국제대학원을 마쳤다. 외국계 컨설턴트 회사 3년 근무, 외교부 5급 계약직 직원 근무(2006년 6월~지난해 9월) 경험에 영어실력도 원어민에 가까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근거로 외교부에서는 '역차별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설령 자격이 있더라도 현직 장관 자녀가 공채도 아닌 특채에 응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선씨가 외교부 근무 당시 2년 계약을 연장해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 것도 논란이다. 현선씨는 당시 외교부에서 일할 때 무단 결근 등 근태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고 일부 주간지가 보도했으나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선씨는 열심히 일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과 감사팀은 필요할 경우 유 장관이 외교부 1차관이던 2006년 현선씨가 특채됐던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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