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의혹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매우 곤혹스런 표정으로 강경한 대처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경위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유 장관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지시하면서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특정 장관에 대해 개탄하고 감사를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며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장관에 대한 신임을 거두기 직전의 수순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특채 의혹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경위 조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오후에 언론에 공개한 대목도 청와대가 민심 동향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 장관이 직접 간담회를 갖고 진화를 시도했음에도 민심이 가라앉지 않자 이 대통령의 조사 지시 방침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뼈대가 청년층 취업인데 이번 의혹이 직장을 찾지 못하는 청년층의 사기를 꺾고 매우 자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채 의혹이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과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한 사회'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개탄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유 장관의 경질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점쳐지자 서둘러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일 뿐"이라며 "현 상황에서 (유 장관 거취 문제와 연결해)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감사 결과와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본 뒤 유 장관의 유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청와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장관을 제청할 총리가 공석이어서 당분간 장관을 임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장관이 활약해야 할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청와대는 장관의 딸이 해당 부처에 특채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고 있으나 유 장관을 문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