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취임 이후 후속 인사를 놓고 불과 며칠 새 엇갈린 내정자 명단이 흘러나오는 등 경찰이 전례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관심의 초점은 현 정권의 경찰 내 실세로 꼽히는 이강덕(48) 부산경찰청장이 어느 자리로 갈 것인가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으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이 청장은 진작부터 현 정권 임기 말 경찰청장을 맡을 것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 1일 일부 언론이 서울경찰청장에 이성규(55) 경찰청 정보국장, 경찰대학장에 이강덕 청장 등이 내정됐다고 보도했을 때 경찰 안팎에서 전혀 뜻밖의 인사로 받아들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보도는 경찰청에 의해 곧바로 부인됐다. 아직 인사안이 청와대는 물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정은 터무니없다는 것이었다. 보도 이후 청와대에선 경찰이 일부러 인사안을 언론에 흘린 게 아니냐며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더니 불과 이틀 만인 3일, 이번에는 이강덕 청장이 서울청장에, 이성규 국장이 경찰대학장에 내정됐다는 전혀 상반된 보도가 나왔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만 밝혔을 뿐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정황상 유력한 인사안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찰 내 2인자 그룹 인사에 혼선이 빚어진 것은 인사 추천권자인 조현오 경찰청장의 의중과 임명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의 뜻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비통인 조 청장은 당초 경찰 내 정보통으로 꼽히는 이 국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추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권 실세와 가까운 이 청장의 경우 조 청장 입장에선 아무래도 손발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 서울청장보다는 현업에서 벗어난 경찰대학장으로 추천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청와대와 협의되지 않은 조 청장의 인사안이 흘러나오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전달됐고 이 청장이 다시 서울청장으로 유력하게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은 비난을 받더라도 이 청장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켜 곧바로 서울청장에 앉힌 뒤 다음 인사 때 경찰청장(치안총감)으로 올리려는 게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의 생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기청장에는 호남 출신인 손창완(55) 전북청장, 경찰청 차장에는 충남 출신인 박종준(46) 경찰청 기획조정관이 거론되고 있다. 윤재옥(49) 경기청장은 모강인(54) 경찰청 차장과 해양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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