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중국방문은 양국간 '경제협력 그랜드바겐'을 위한 협의의 장이었다. 북한 후계자 승인이나 6자회담 개최 협상, 개혁개방의 선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카메오에 불과했다. 지금 북한과 중국간의 최대 공통이익은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과 북한의 경제난 해소를 위한 경제협력에 있다. 중국은 북한의 후계 정권이 어떻게 구성되든 또한 북한이 이를 어떻게 구성하든 서로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북한의 후계자도 생존을 위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동북아의 세력 균형 유지를 위해 어떤 후계자도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 6자회담은 오바마 행정부가 정권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노벨상을 받게 된 '핵 없는 세상'을 진정으로 구현하길 원한다면 시간이 걸려도 개최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동북지역 시찰은 개혁개방의 성과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상해, 북경, 심천 등 개혁개방 성과가 높은 도시를 모두 섭렵한 김정일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대신 2009년 8월 30일 중국이 결정한 동북지역의 번영프로젝트의 핵심축인 '창지투(長吉圖)'프로젝트의 잠재성 평가였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동선에서도 입증된다.
북중은 '경협 그랜드바겐'을 위해 양국 간의 '당 대 당' 외교 관계의 특수성을 맘껏 활용했다. 우선 어디서든지 회담이 가능한 유연성이다. 당을 최고 권력기관으로 가진 나라들끼리 만 가능하다.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쿠바, 북한 등만이 가능하다. 가장 비근한 예로 장쩌민 전 중국공산당총서기는 90년대 베트남 대통령과 운남성에서 회담을 했다. 둘째, 당의 총서기 자격으로 이뤄진다.
후진타오가 중국공산당의 총서기로 노동당의 총서기 김정일을 초청했다. 그래서 중국의 기타 지도자의 동참이나 배석이 필요 없었다. 셋째, 의전이 필요 없다. 비공식 방문이라서가 아니고 당 총수 간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국가적 의전행사가 필요 없다.
이번 북중 회담에서 경협을 최우선시한 이유는 장길도 프로젝트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역시 이에 협력하여 중국으로부터 약속받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이다. 장길도 프로젝트는 중국 동북3성의 노화된 공업지역의 부흥을 위한 중국 공산당의 국책 지역개발 사업이다. 이의 핵심은 지역 산업의 활로 구축이다.
우선 교통·운수망을 건설하고 산업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중 변경지역의 무역센터, 북한 광물자원을 이용한 가공산업단지 등도 건설한다. 이에 수백억 위안, 즉 우리 돈으로 수 조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이 모든 계획의 실효는 북한의 나진ㆍ선봉지역의 개발 여부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일은 "중국 동북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장길도 프로젝트에 대해 신중하게 연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한 역시 중국이 최근 5년 동안 약속한 투자를 받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협조해야 한다. 반드시 해야만 한다. 왜냐면 미국의 대북제재가 한층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에게 미국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중국이고 차선책이 6자회담이다.
북중 '경협 그랜드바겐'은 군사안보영역까지 확대 논의되었다. 이는 천안함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계속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일조했다. 또한 북한전투기의 추락사건도 중국의 동정을 샀다.
후진타오 총서기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한반도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미국의 동맹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한과의 동맹을 포기 못한다. 일련의 한미군사훈련으로 중국은 북한의 대미 위협 인식을 같이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북한 전투기의 추락은 북한 무기의 낙후성을 입증했고, 올해 중국의 북한 무기요구 거절을 재고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일설에 의하면 북한은 전투기 50대를 요청했다.
북중 양국이 '경협 그랜드바겐' 구상할 때 우리는 북한 국내정치 상황분석에 함몰되었다. 북한 문제는 이제 곧 중국 문제로 전환되는 기로에 섰다. 북한문제의 해법은 다가오는 동아시아정상회담(10월말 예정), G-20정상회담(11월), APEC정상회의(11월)등 세 개의 정상회담을 기회로 삼아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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