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직원들은 모두 비즈니스맨이다. 그들의 충성은 거기서 출발한다. 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한 가지는 부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See, all our people are businessmen. Their loyalty's based on that. One thing I learned from Pop was to try to think as people around you think.)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작 (1974)에서 마피아 2대 보스인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고문이자 의형제인 톰 하겐(로버트 듀발)에게 뉴욕의 조직을 맡기고 대규모 사업을 위해 쿠바로 떠나기에 앞서 당부한 말이다. 바로 직전 자신의 침실을 향해 외부의 괴한들이 총격을 가하고 그들은 조직 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배신과 음모가 뒤섞인 상황에서 가족의 안위까지 맡기고 떠나야 하는 마이클. 누구도 믿지 못하는 극도의 위기감 속에서 "부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라"는 아버지(돈 콜레오네ㆍ말론 브란도)의 가르침은 마이클이 톰에게 전하고 싶은 조직 관리의 핵심, 즉 부하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면 충성을 담보할 수 없고 조직도 와해된다는 얘기였다.
국민관심 못 끄는 전당대회
30, 40대 이상이면 한 번쯤 봤을 를 굳이 거론한 이유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낙마 과정에 이 대사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대교체와 차기 대선주자 육성이라는 나름의 깊은 고려가 담긴 회심의 김태호 카드를 내밀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그런 구상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해는 좋은 의미에서 민심이고, 보다 현실적으로는 2년 후 총선에서의 생존이었다. '김태호 낙마'를 외친 의원들이 주로 서울 수도권의 지역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부하들과 다른 생각'을 고집했다면, 저항과 이탈의 몸짓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마피아나 정치의 영역이나 조직을 이끄는 논리나 리더십은 그 본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하들처럼 생각하기'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 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논리다. 오히려 더 절실하다고 본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10월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등 이른바 빅3의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 주자들은 담대한 진보, 실천있는 진보, 큰 변화, 6ㆍ15 정신으로의 복귀, 역동적 복지 등 고심을 거듭한 역작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은 별로 크지 않다. 당내 반응도 시큰둥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시한 가치가 국가미래나 국민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기 대선에서 핵심 아젠다가 될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민들 눈에 민주당 내 경쟁이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는 데는 진정성과 감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구호보다 자기희생이 중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교한 이론이나 구호가 아니라 자기희생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바닥정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다음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만 보여주고 있다. 만약 세 사람 중 누군가 "나는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민주당, 나아가 범야권의 집권을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고 외친다면, 국민들의 마음은 움직일 것이고 발길을 끊었던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다.
물론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 사람도, 조직도, 돈도 멀어진다는 정치속설이 있다. 아마도 상당 부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통념을 뛰어넘는 헌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그런 자기희생이야말로 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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