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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금융의 지배' 돈… 르네상스 佛혁명의 숨은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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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금융의 지배' 돈… 르네상스 佛혁명의 숨은 주역

입력
2010.09.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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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 퍼거슨 지음ㆍ김선영 옮김

민음사 발행ㆍ420쪽ㆍ2만5,000원

근대 민주주의의 효시인 프랑스혁명을 있게 한 숨은 공신을 아는가. 스코틀랜드 금세공가 집안 출신의 탕아 존 로는 살인을 저지르고 네덜란드로 도망간 신세였다. 도박과 돈거래에는 밝았던 그는 당시 네덜란드에서 막 부상하던 주식거래 등 새로운 금융 현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고, 프랑스로 가서는 그것을 하나의 제도로 실현시켰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것은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의 거품이었고, 그 거품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프랑스는 경제적 재앙을 맞게 된다. 프랑스 왕실은 궁핍한 재정을 세금으로 보전하려 했지만, 견딜 수 없었던 시민들은 바스티유 감옥으로 향했다.

‘차이메리카’(China와 America를 합친 말)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46) 하버드대 교수가 쓴 는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금융사를 아우르는 책이다.

책은 프랑스혁명 외에도, 메디치 가문의 은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르네상스, 세계 최초의 근대적 주식시장 덕에 합스부르크 제국보다 힘을 발휘했던 네덜란드 공화국, 로스차일드 가문의 도움으로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이길 수 있었던 웰링턴의 사례 등 인류 역사에서 굵직한 사건의 이면에 금융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화폐와 신용의 성장,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보험과 부동산시장, 국제금융의 성장과 쇠퇴 과정 등 방대한 금융사를 망라하고 있어 배경 지식이 부족한 이들도 교양서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퍼거슨은 금융의 역사를 진화에 빗대며 “최악의 시기에도 (금융은) 퇴보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지 몰라도 “매력뿐 아니라 결함 또한 또렷이 비춰준다면 거울에는 잘못이 없다”는 그의 말에 이 책의 가치가 집약돼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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