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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인터뷰 - '이세돌 명국선' 집필한 누나 이세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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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인터뷰 - '이세돌 명국선' 집필한 누나 이세나씨

입력
2010.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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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자 이세돌의 이름을 건 첫 바둑책인 이 출간됐다. 지난해 휴직기간 중에 자료를 모으고 원고를 작성했다. 은 '꿈을 향해 한 걸음' '최고를 꿈꾸다' '새로운 시작' 등 모두 세 권으로 구성됐는데 이세돌이 파죽의 32연승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둔 국내외 기전 결승전 가운데 아홉 판을 엄선해 한 권당 세 편씩 나눠 실었다.

이세돌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바둑을 철저히 분석, 해설했으며 이를 친누나인 이세나(35ㆍ아마6단)가 글로 옮겼다. 이세나는 이화여대 국문과 재학 시절 여류국수전에서 준우승까지 한 아마고수로 한동안 호주에서 바둑보급활동을 펴기도 했다. 지난 2일 한국기원에서 이세나를 만났다.

_언제부터 책 만들기를 시작했나.

"동생(이세돌)이 휴직하고 얼마 안 돼 오빠(이상훈 7단)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처럼 시간이 있으니 책을 하나 만들면 어떠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뻤다. 당시 동생이 갑작스런 휴직으로 심신이 매우 피로해 있던 시기여서 책 만드는 일을 통해 바둑에 대한 새로운 의욕과 열정이 살아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책 만드는 일에 열중한 탓인지 동생이 휴직기간을 잘 넘기고 올 초에 복귀해서도 큰 슬럼프 없이 바로 비씨카드배서 우승했다. 사실 휴직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생의 휴직과 명국선은 운명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_집필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작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동생과 오빠가 대국을 선정해 복기를 하면서 해설하면 나는 그걸 캠코더로 찍은 후 나중에 틀어 보며 글을 쓰는 식이었다.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해설을 위해 원고 작성 도중 동생에게 미흡한 부분을 다시 묻고 나중에 동생이 또 정밀 감수를 하느라 거북이 걸음이었다. 지난 7월말에야 최종 교정작업이 끝났으니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

_지난 10년간 이세돌의 바둑 가운데 딱 아홉 판이 실렸다. 기보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했나.

"동생이 자신의 바둑 인생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둑과 내용면에서 특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랐다. 대체로 이긴 바둑이 많지만 이창호 사범에게 아쉽게 역전패를 당한 제5회 LG배 결승 3국(2001년)이나 구리와의 제13회 LG배 결승 2국(2009년) 같이 진 바둑도 여럿 포함됐다."

_바둑 한 판을 30보 이상으로 나눴고 참고도가 무려 100개가 넘는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간된 바둑책 중 가장 상세한 해설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발행된 '명국세해'라는 책이 있다. 상세한 해설로 유명하다. 그에 못지 않은 책을 만들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한 판을 해설하는 데 며칠씩 걸렸다. 한 번 복기하면서 해설했다가 며칠 후 다른 변화가 생각나면 다시 고치는 식이어서 캠코더로 해설을 녹화하는 데만 두어 달이 걸렸다."

_책 내용이 꽤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는 초ㆍ중급자를 배려해서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풀어쓰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바둑 한 판을 30여개 장면으로 나눠 세세한 변화까지 정밀하게 파고들다 보니 복잡하고 어려운 변화들을 생략할 수 없어 필연적으로 난해한 장면들이 간혹 생겼다. 그런 부분에서는 대국 당시 동생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오갔고 수읽기의 방향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확인한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어 내려 가시기를 바란다.

대국 해설 중간중간에 동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삽입했고 매 판마다 대국 당시 주변 분위기와 동생이 느낀 소감을 정리한 에필로그를 실었으므로 이를 통해 '인간 이세돌'의 면모를 좀더 가까이서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_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중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 많다.

"바둑을 무척 좋아했던 아버지께서 기재가 출중한 동생을 많이 아끼셨다. 199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동생이 무척 슬퍼했다. 막내 아들이 최고가 되는 걸 꼭 보고싶어 하셨기 때문이다. 이후 동생의 바둑에 대한 자세가 크게 달라졌다. 보다 확실한 목표의식이 생겼다고 할까. 뭔가 생각을 다잡은 듯 했고 그 후부터 갑자기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막내 아들에게 세돌이란 이름을 지어주신 걸 보면 정말 선견지명이 있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작명을 할 때만 해도 동생이 바둑을 두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않았을 텐데 지금은 동생의 이름과 바둑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니 말이다."

_책값이 한 세트(3권) 당 9만9,000원이어서 좀 비싸다는 얘기가 있던데.

"주위에서 간혹 그런 얘기를 듣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이 책은 세계 최강자 이세돌이 정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열??만든 책이므로 충분히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족한 저의 글솜씨로 인해 동생의 빛나는 해설이 제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지지 못할까 두려울 뿐이다. 앞으로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_명국선 집필자로서 바둑팬 여러분께 한 마디.

"동생의 바둑해설을 글로 옮기면서 바둑이란 게 참으로 어렵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사실 나도 제법 바둑을 둔다고 하지만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면을 많이 발견했다. 특히 동생과 같은 정상급 기사들도 자주 어떤 장면에서 확실한 정답을 찾지 못하고 확신과 불안이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맨다는 걸 깨달았다. 책을 쓰면서 인간적으로도 동생과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모쪼록 이 바둑팬 여러분의 기력 향상은 물론 동생의 바둑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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