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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명작 동화 기상천외 패러디 '웃음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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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명작 동화 기상천외 패러디 '웃음 만발'

입력
2010.09.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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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지음ㆍ조병준 옮김

베틀북 발행ㆍ68쪽ㆍ9,000원

■ '백만장자가 된 백설공주'

명작 동화란 걸 읽다 보면 궁금한 점도 많고, 등장인물들의 답답한 태도에 화가 치밀기도 한다. 백설공주의 왕비는 똑똑한 거울에게 왜 “누가 더 예쁘냐”만 물었을까. 공주 시리즈의 왕자들은 왜 죄다 완벽하지? 현실성 없이.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등을 쓴 20세기를 대표하는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는 가려운 곳을 개운하게 긁어준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잭과 콩나무’ 등 6편의 동화를 기상천외하게 패러디한 내용이 통쾌하고, 때로는 오싹하다.

백설공주는 거울에게 “경마에서 누가 이길까”를 물어 백만장자가 된다. 신데렐라는 제멋대로인 왕자가 싫어서 잼을 맛있게 만드는 착한 남자와 결혼한다.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의 금발 소녀에게는 무단침입죄 등 4가지 죄목을 적용한 뒤, 아빠 곰의 한 마디로 정리한다. “(아기 곰에게) 네 죽이 저 아가씨의 배 속에 있어. 그러니 저 아가씨까지 함께 먹어야 할 것 같구나.” 이야기가 원작보다 더 설득력을 갖고 있는 데다 웃기기까지 하니, 아이들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뗄 수 없을 것 같다.

■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한 발 더 나가 명작 동화 10편을 허무개그에 가깝게 바꾼 그림책도 나왔다. 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담을 허물고, 책의 표지와 면지까지 이야기에 적극 활용한다. 이 책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포스트모던 그림책의 대표작’이라고 불리는데, 보통 제목을 쓰는 쪽에 진짜로 ‘제목이 있는 쪽’이라 써놓고, 머리말 부분에는 “이쪽을 채우는 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내가 그냥 덧붙이는 거야”라고 써놓아 관성에 젖은 책 편집을 비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 실린 ‘미운 아기 오리’ 이야기의 결말은? “그 오리는 진짜 아주 못생긴 아기 오리였어. 다 자라서도 정말 아주 못생긴 오리가 되었지. 끝.” 처음부터 끝까지 상식을 뒤집는다. 웃음을 멈출 수 없다.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가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그림도 해괴하긴 마찬가지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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