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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창원KC국제시문학상 수상한 中 망명시인 베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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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창원KC국제시문학상 수상한 中 망명시인 베이다오

입력
2010.09.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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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가끔 허용되던 중국 방문이 이후 완전히 차단됐습니다. 방한 당시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시설을 둘러보며 감회가 남달랐던 일도 기억납니다. 이번 상은 아시아에서 처음 받는 상인데, 한국과의 그런 인연 때문인지 더욱 특별합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중국의 망명 시인 베이다오(北島ㆍ61ㆍ본명 자오전카이ㆍ趙振開)가 제1회 창원KC국제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 참석을 위해 3일 방한했다. 경남 창원시와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공동 제정한 이 상의 심사위원회(위원장 신경림 시인)는 “베이다오는 자신의 문학세계에 ‘이성의 법정’을 열고 인간의 가치를 새롭게 확정하고 인간의 본성 회복을 꾀한 작가”라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5년 만에 방한한 베이다오는 4, 5일 창원시에서 열리는 시상식과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하고, 6일 고려대에서 강연한 뒤 출국한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이다오는 “오늘날 세계는 창조성과 상상력의 부족으로 시의 영혼이 사라지고 인간은 산송장이 돼가는 시대”라며 “문화 동질화와 문화 이질화 간의 긴장관계야말로 우리 시대의 핵심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 정객, 국적 불명의 부자, CNN,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 일본 만화영화 등은 문화의 고유성을 해치면서 획일화를 추구하는 ‘동질화된 신성동맹’”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들에 맞서 문화의 이질성과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시, 독립영화, 아방가르드 집단, 망명 작가, 민간 조직, 인터넷 등 대안 미디어”라고 꼽았다. 그는 “문학의 힘이 줄어든 상황에서 시가 문화 획일화의 강력한 흐름에 대항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긴 힘들다”면서도 “시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중요하고 이 문제적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최고 명문인 베이징 제4학교를 문화대혁명으로 중퇴하고 1969년부터 11년 간 건설노동자로 일했던 베이다오는 마오쩌둥 체제의 몰락을 부른 1976년 제1차 톈안먼사건 때 저항시 ‘대답’을 발표하고, 1978년 전위적 시인들과 함께 문예지 ‘오늘’을 펴내며 주목받았다. ‘너에게 고하노니 세계여,/ 나는 - 믿지 - 않아!/ 너의 발 아래 천 명의 도전자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렇다면 나를 천한 번째 도전자로 삼아다오’라는 구절로 유명한 시 ‘대답’이 1989년 제2차 톈안먼사건 때 시위 군중에 의해 낭송되면서 그는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부각됐고, 당시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그는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오랜 망명 생활을 했다. 2007년부터 그는 홍콩 중문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중국에 들어갈 수 없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1970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 올해로 시력 40년을 맞은 베이다오는 “처음 시를 쓸 때는 외부로 발표되면 탄압받을까 두려워 아는 사람들에게만 읽혔다”며 “지금은 중국에도 내 작품이 모두 소개됐고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지만, 처음 시를 쓰던 때의 열정과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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