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딸이 외교통상부 특별채용에 최종 합격했다가 특혜 논란이 일자 지원을 자진 취소했다. 유 장관은 어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특별 채용되는 것이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로서 상궤에 어긋나고 국민정서상 납득이 안 되는 처신을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유 장관과 외교부는 심사ㆍ선발 과정이 공정했던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 장관의 딸이 외교통상부 관련 분야에서 3년간 계약직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데다 어학실력도 뛰어나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 유 장관의 딸이 유효한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내지 못한 1차 공고 때의 지원자 전원을 탈락시키고 2차 공고를 내 유 장관의 딸이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새로 획득한 뒤 지원할 기회를 준 정황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전혀 하자가 없다 해도 문제는 많다. 해외생활 경험이 많고 실력을 갖춘 외교관 자녀들을 외교부에 특채해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직 외교부장관의 자녀라면 얘기는 다르다. 인사권을 가진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채용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사리에도 맞지 않지만 평등의식이 유난히 강한 우리 국민들이 용납할 리 없다. 역차별이 되더라도 감수하는 것이 정상이다. 특채를 늘리는 행정안전부의 행정고시 개편안에 반대여론이 많은 것도 이런 식의 특채를 우려한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의 국정 지표로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 장관 딸의 특채 소동은 더욱 어이가 없다. 한 나라의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사리분별력과 정치감각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정말 실망스럽다. 특별채용을 주관한 외교부 관계자들이 장관만 쳐다보고 초래될 사태에 눈감았다면 그 또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개탄스러워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니 결과를 지켜보고자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