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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콜레스테롤의 날'의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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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콜레스테롤의 날'의 명제

입력
2010.09.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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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력(詩歷)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비례하오! 오늘, '콜레스테롤의 날' 아침에 명징한 생각으로 얻은 명제(命題)요. 당신이 80년대란 거친 바다를 건너오지 않았다면 이 명제의 참과 거짓에 대해 논하지 마시오. 80년대 젊은 시인에게 술은 고통을 잊는 '약'이었소.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항해에서 돌아올 때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가 탁해졌을 것이요. 결국 시인은 약이 아닌 '독약'으로 살아왔소. 어떤 시인이 콜레스테롤 수치에서 자유롭겠소. 위로받아야 마땅하오. 시인의 건강검진 때마다 콜레스테롤 수치에 늘 붉은 경고등이 켜졌소. 지금도 켜지고 있소.

걱정도 잠시, 이 땅의 시인이기에 다시 마실 수밖에 없었소. 그건 아직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요. 항해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요. 그러니 시인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져야 할 위정자가 있다는 것,

'콜레스테롤의 날' 이 아침에 꼭 기억해야 할 일이요. 콜레스테롤의 날은 혈관 청소하는 날이요. 오늘 밥상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 잡곡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준비해주시오. 그것들이 피를 깨끗하게 해준다오. 반주는 사양하리라. 하지만 시인의 피는 여전히 위험한 우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소. 시인은 자신의 피에 펜을 찍어 시를 쓰는 사람이기에.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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