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책 에는 내로라하는 명사 10명의 추천사가 달렸다. 민주주의, 남북관계, 분배, 인권 등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 22가지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의 시각을 14명의 필자가 교통정리한 책이다. 좋은 책이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많은 추천사를 붙여야 할까 싶다. 한국 법조계의 일그러진 초상을 비판한 등의 저자로 잘 알려진 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이 책의 추천인 명단을 보고 트위터에 한 줄 써서 꼬집었다. “추천사 과잉의 시대. 필자만으로도 쟁쟁하건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책에 붙은 추천사도 마찬가지다. 절제가 필요하다. 명사들을 동원해 잔뜩 늘어놓거나 낯간지러운 과찬을 일삼는 추천사는 거품이다. 독자는 똑똑하고 냉정하다.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릴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그런데도 추천사는 갈수록 많아지고 화려해진다. 이번 주 신간에는 ‘금세기 세계 학계에 내린 천혜의 축복’이라는 추천사가 붙은 것도 있다. 정말 그렇게 대단한 책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 효과는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과장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을 보면.
추천사는 정직해야 한다. 더러 책을 읽기나 한 것일까 싶게 거짓말과 헛소리, 허풍스런 호언장담으로 호객하는 추천사를 본다. 그런 추천사를 쓰거나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소위 전문가들은 삐끼나 다름없다. 그들은 스스로 평판과 신뢰를 깎아먹는다. 추천사는 신중하게, 명예를 걸고 쓸 일이다. 추천사의 역할은 책의 가치를 알려주는 안내로 족하다. 판단은 독자가 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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