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소독점권 완화를 위해 도입한 검찰시민위원회가 전국 41개 검찰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검찰시민위에는 교사, 주부, 택시기사 등 그야말로 '보통 사람' 629명이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뇌물, 정치자금, 부정부패 등 중요 사건을 심의한 뒤 관련자의 기소ㆍ불기소 의견을 검사에게 제시하게 된다.
검찰시민위 출범은 1948년 사법부에서 독립한 이후 어떤 제도적 통제도 받지 않던 검찰이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기구를 도입한 취지대로 검찰시민위가 권력형 비리나 고위 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 등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면 수사의 정치적 시비나 편향성 문제를 일정 부분 불식하고 검찰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성과에 따라서는 검찰이 장기적으로 추진키로 한 기소배심제의 도입 시기를 앞당기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검찰시민위 활동에 기대를 걸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시민위의 탄생 배경과 구조적 한계는 이 기구가 검찰 수사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검찰시민위는 검찰이 '스폰서 검사'파문 당시 국회 등 외부에 의한 개혁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검찰시민위가 독자적으로 사건을 선별ㆍ판단하지 않고 검사가 요청할 경우에만 심의토록 한 것만 봐도 그렇다. 또 검찰시민위가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낸다 해도 검사가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일본의 경우 검찰심사회가 기소 의견을 내면 검찰이 3개월 내에 기소 여부를 재결정하고, 기소 의견이 두 번 나오면 자동 기소토록 하는 것과 비교해도 검찰시민위의 위상과 권한은 한참 뒤처진다.
검찰이 진정 개혁 의지가 있다면 검찰시민위의 활동 성과를 보아가며 이 기구의 실효성을 높일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 검찰시민위 심의를 거쳐야 하는 범죄의 종류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검사가 검찰시민위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경우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검찰의 개혁 의지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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