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주(8월30일~9월3일) 두 가지 이유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우선 주요 장관 후보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국회 인사 청문회를 큰 상처 없이 통과한 후보자라는 점이다. 평소 자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정치인 출신인 만큼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찍부터 나왔으나, 실제로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농식품부 주변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하는 바람에 유 장관은 당시 언론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으나, 지난달 30일 취임 하자마자 상황이 달라졌다. 곧바로 농정의 최대 현안인 쌀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데다가,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장관이 업무파악에도 급급한 취임 이튿날(8월31일) 유 장관은 1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초대형 정부정책을 발표했다. 햅쌀 50만톤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내용의 이 방안은 올 수확기 쌀값을 11% 가량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쌀값 하락으로 수심에 찬 농민들에게는 신임 장관이 모처럼 제대로 된 '홈런' 한 방을 날려준 셈이다. 실제로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눈 도장은 확실히 찍었다"고 평가했다.
쌀 대책과 태풍 피해 수습으로 첫 일주일을 바삐 보낸 유 장관은 앞으로도 편할 날이 없을 게 확실하다.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의 농업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즐겁고 신나는' 정책보다는, 우울하고 양해를 구하는 정책을 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전히 불안한 시중 쌀값 ▦중대 고비에 선 농협 구조개편 문제 ▦속속 체결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 농식품부 주요 현안과 관련, 농민이나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획기적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 장관은 어쨌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주 뉴스메이커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또 이 과정을 통해 인사 청문회에서 다른 국회의원들이 지적했던 '전문성 부족'여부에 대해 자연스런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유 장관이 본인은 물론이고 농민과 국민 모두를 위해서라도 '바닥 민심을 성실히 챙기는' 장관이 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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