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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고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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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고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입력
2010.09.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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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소까지 가게 된 것일까.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발표한 뒤 하루가 지난 3일에도 금융권 인사들은 하루 종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횡령과 배임문제를 둘러싼 은행측과 신 사장측의 진실공방도 미스터리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건 왜 내부적으로도 조용히 해결 가능했을 일을 굳이 검찰고소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풀려고 했는냐는 점이다.

신한은행측은 일단 “조직의 엄정한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출이나 인사에 좀처럼 외압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록 CEO지만 예외를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응찬 회장과 신 사장의 30년 가까운 동지 관계와, 현재 신 사장의 위치를 감안하면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직 행장이자 그룹 내 최고위 인사를 만천하에 범법자로 모는 조치를 과연 ‘엄정한 기강확립’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은행 김국환 노조위원장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외부로 발표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이든 오해든, 라 회장이 신 사장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배신감은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라 회장으로선 수면 밑으로 잠복했던 차명계좌 문제가 최근 다시 정치권에서 불거져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 신 사장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 부분도 신 사장 측에선 ‘억울하다’는 입장. 또 다른 금융권 인사는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로 라 회장이 곤경에 처했을 때 신 사장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신 사장이 라 회장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도 이에 대해 “내가 그럴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일각에선 더 거슬러 올라가 “라 회장이 올해 초 4연임을 결정할 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 같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라 회장이 생각하는 후계구도에서 이미 신 사장이 배제됐다는 점. 그 시점은 정확치 않지만, 최근 들어 라 회장은 신 사장 아닌 이백순 은행장 쪽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계속했다고 금융권에선 전하고 있다.

라 회장으로선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한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라 거취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 신한측 고위인사도 “라 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채울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라 회장으로선 신 사장을 조기에 퇴진시켜야 하며, 시간을 끌수록 신 사장을 배제시키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신 사장의 혐의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자 아예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사장의 혐의를 이미 지난 주 금융당국이 인지했고 주말을 기점으로 직원들 사이에도 퍼지자, 라 회장이 ‘조용한’ 처리가 불가능함을 알고 검찰 고소라는 극단적 카드를 용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일 본점 부장ㆍ지점장을 긴급 소집해 “외부에서 민원이 제기돼 공론화 되기 전에 은행이 먼저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특히 신한의 성역으로 불리는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횡령 사실을 확인하면서 라 회장이 도덕적으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신 사장은 적극 해명에 나섰던 전날과 달리 이날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그는 라 회장과의 관계나 권력 암투설에 관해서는 말을 아낀 채, “명예회장 고문료는 당시 비서실장이 관리했으며 나는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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