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올해 연말까지 예정했던 곡물 수출 중단조치를 내년 중하반기로 연장해 밀은 물론 국제 식량 가격이 다시 폭등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07~2008년 저개발국가에서 발생했던 식량폭동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일 TV로 방영된 내각회의에서 “곡물 금수조치는 2011년 작황 결과가 나온 뒤에 철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발표는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돼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예정됐던 러시아산 밀, 옥수수, 보리 등 곡물 수출 금지조치가 11~12개월 연장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올해 극심한 가뭄과 산불사태로 인해 여름 작물의 작황이 4분의 1이나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일 올해 전 세계 밀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5% 줄어든 6억4,600만톤으로 예상했다. 또 FAO는 8월 식량가격지수가 전달보다 5% 상승하면서 175.9포인트를 기록해 2년 만의 최고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곡물수출 제한 조치와 설탕, 식용유종자 가격 상승 등이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FAO 관계자는 FT에 “러시아가 2년 간 곡물 수출을 중단하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곡물 수출 금지조치가 발효된 지난달 15일 전후로 최고치에 올랐다가 다소 하락하던 밀 가격도 다시 치솟았다. 유럽산 밀은 2일 톤당 231.5유로(301.54달러)에 거래됐고, 올해 들어서만 가격이 70%나 급등했다. 주요 곡물 수입국인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 수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가격 급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난이 현실화되자 지난 2007~2008년 전 세계 30여 국가에서 일어난 폭동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30년래 최악의 식량난으로 방글라데시 멕시코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저개발국가에서 폭동이 발생했으며, 아이티와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정부가 붕괴되기도 했다. 실제 아프리카 모잠비크 마푸토에서는 1일 정부가 밀가격 상승을 이유로 빵값을 30% 인상하자 폭동이 발생, 7명이 사망하고 280여명이 부상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식품 저장소를 약탈하자 경찰이 발포하면서 일어난 참사였다. 재키 실리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안보연구소 국장은 2008년과 같은 폭동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폭동은 확실히 아프리카 정치에서 군부의 재등장을 촉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수출 중단조치 연장과 함께 호주마저도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곡물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