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컴퓨터(PC) 전쟁이 시작됐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개척한 태블릿PC 시장에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최신 기능의 갤럭시 탭으로 공개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아이폰(애플)과 갤럭시S(삼성전자)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진검 승부를 진행 중인 두 업체의 자존심 경쟁 2라운드가 태블릿PC 시장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여기에 LG전자와 휴렛팩커드(HP), 델 등 글로벌 업체들도 잇따라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태블릿PC 시장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조짐이다. 태블릿PC는 손가락이나 펜을 이용, 전면 스크린에 터치 방식의 기능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다.
▦휴대성과 SNS 기능은 갤럭시 탭, 애플리케이션 및 배터리 성능은 아이패드
삼성전자가 2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0’에서 야심작으로 공개한 갤럭시 탭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 7인치 크기에 380g의 무게를 지닌 이 제품은 상의 안주머니나 여성용 핸드백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크기. 아이패드는 9.7인치에 680g이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기능에서도 두 제품은 다르다. 삼성전자가 해외용 갤럭시S에 탑재한 SNS 허브 기능을 갤럭시 탭에도 적용, 어도비의 플래시(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지원은 물론, 3세대(3G)망을 통한 영상통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아이패드와 다른 점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0월초부터 갤럭시 탭을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1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활용도 측면에선 두 제품의 사양이 비슷하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 경영자(CEO)가 아이패드 공개 당시, PC와 동일한 사용방식의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는 웹브라우징과 이메일, 영화, 음악, 게임 등의 장면을 보여준 것처럼 갤럭시 탭도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
멀티미디어 기능에서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아이패드가 여러 영상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원활한 공급을 강조해 왔다면, 갤럭시 탭에서는 자체 내장된 ‘미디어 허브’를 통해 이 같은 기능을 대신한다.
음악의 경우, 아이패드가 아이튠스(애플의 음악 및 동영상, 사진 관리 프로그램)로 각종 음악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한 반면, 갤럭시 탭은 뮤직 허브란 별도 창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부분에선 아이패드가 강하다. 애플 앱스토어(22만여개)가 현재 갤럭시 탭으로 이용할 수 이는 안드로이드 마켓(10만여개)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부분에서도 10~12시간의 동영상 재생시간을 지닌 아이패드가 7시간 가량인 갤럭시 탭을 앞선다.
▦LG전자 및 휴렛팩커드(HP), 델 포함한 글로벌 기업 신제품 출시 대기…열쇠는 콘텐츠 확보
경쟁 업체들도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태블릿PC 시장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잠재 성장성이 높은 태블릿PC 시장의 초반 주도권을 놓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LG전자는 태블릿PC 신제품을 연말까지 시중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구체적인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에 먼저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제품으로는 올해 6월 대만 PC 전문 전시회에 선보였던 UX10 모델이 유력하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내장한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문서작성과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 설계 등 업무 활용에 주안점을 둔 게 특징이다.
KT도 중소업체인 엔스퍼트와 손잡고 7인치 크기의 아이덴티티 탭을 내놓으면서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었고, 휴대용 정보기기 업체인 아이스테이션도 3차원(3D) 태블릿PC를 공개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도 휴렛팩커드(HP)와 델,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해 대만 PC 업체인 아수스 및 MSI 등도 태블릿PC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올해 700만대에서 내년에는 1,700만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태블릿PC 경쟁의 승패 여부에 대해 활용 가능한 콘텐츠 확보를 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안재민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태블릿PC가 스마트폰과 PC사이의 단말기를 뚫고 노트북과 넷북(미니노트북)까지 대체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부각됐다”며 “결국, 태블릿PC에 적합한 게임이나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향후 시장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