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하면 김주성이다.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는 확실한 대들보가 있다는 것은 자랑임에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김주성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2010~11시즌(10월 15일 개막)을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표명일은 전창진 감독의 KT로 옮겼고, 이광재는 군인이 됐다. ‘김주성 원맨팀’이라는 시선에 동부는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일본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강동희 감독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들어있다. 박범재(27) 때문이다. 강 감독은 박범재를 두고 “김주성이 골밑에서 외곽으로 패스를 뺐을 때 착실하게 넣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손규완(KT 코치), 강대협(LG) 이상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면서 “잘만 키우면 ‘물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박범재는 올해 3월 상무 전역 후 6월 들어 동부의 부름을 받았다. 데뷔 시즌 한 경기 평균 7분 남짓을 뛰었을 뿐이지만, 2007~08시즌에는 45경기에 출전, 평균 10분 이상을 소화하며 3.2점(3점슛 0.6개)의 기록을 남겼다. 올시즌부터는 주전 스몰 포워드로서 훨씬 많은 출전 시간이 보장될 예정.
박범재는 1일 도시바와의 전훈 첫 연습경기에서 18점을 몰아넣으며 강 감독의 눈도장을 단단히 받았다. 전훈 직전까지 매일 밤 300~500개씩 던지며 슛에 ‘미친’ 결과다. 박범재는 3일 “나는 천생 농구선수인 것 같다. 아직까지 농구를 그만둔 후의 삶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뻔한 각오 같지만, 올시즌 진짜 우승 한번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범재의 보물 1호는 일기장. 훈련이나 연습경기 후 잘된 점, 안된 점, 감독의 조언 등을 빼곡히 기록한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발견한 멋진 말들도 적어둔다. “군대에서는 솔직히 쉬는 시간에 마땅히 할 일이 없잖아요. 일기 쓰는 습관이 들었는데 제대 후에도 계속하고 있어요.” 올시즌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일기로 쌓인 그의 내공을 확인하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
도쿄=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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