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경기도박중독치유센터 개소 소식을 듣고 며칠 전 전화기를 들었다. 경마를 비롯해 다양한 도박을 섭렵 중인 남편은 생활비를 주기는커녕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다. 혼자 살림을 꾸리며 자녀를 돌보는 A씨는 "이대로는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상담원에게 눈물을 흘렸다. A씨는 곧 센터를 방문해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경기도박중독치유센터가 문을 열자 도박의 늪에 빠진 이들과 보호자들이 하나 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1주일 간 센터를 찾아오거나 전화로 상담을 의뢰한 도박중독자와 가족은 20명 이상이 넘었다.
도박중독치유센터의 비밀
1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녹산빌딩 7층에 자리잡은 도박중독치유센터. 사무공간 뒤쪽에 있는 개인상담실 문을 열자 파스텔톤 벽지와 벽에 걸린 유화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방 한쪽에는 우아한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바로 옆 방 가족상담실도 산뜻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나무탁자와 푹신한 방석 등으로 꾸며진 명상실은 한정식집 분위기가 났고, 요리실은 펜션의 주방을 연상시켰다. 집단상담실, 다목적실, 북카페 등도 하나 같이 환하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김경훈 전문상담원은 도박중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설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담원은 "도박중독자들은 내부적으로 열등감이 심하지만 외적으로는 자존심이 강하고, 누추한 곳을 싫어한다"며 "편안하게 자주 찾아올 수 있어야 도박중독 치유라는 동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센터의 입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수원 구도심의 번화가. 그것도 유동 인구가 많은 서점이 입주한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열등감에 빠진 도박중독자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다.
관리가 있을 뿐 완치란 없다
지난해 고려대가 실시한 도박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문제 도박자는 58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박중독 관련 기관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생겼다. 센터는 치유와 함께 도박에 대한 경각심 등을 교육, 지역사회에서 도박중독을 예방하는게 목적이다. 센터에서 실시하는 도박중독 치유는 개별상담을 통해 상태를 진단한 뒤 끊어진 인간관계를 다시 잇기 위한 집단상담, 가족상담 등을 거친 뒤 외부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한 치료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1주일에 한 차례 정도 상담을 진행한다면 보통 6개월 정도 꾸준히 지속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의지다. 여기에 센터와 가족, 외부기관, 지역사회 등의 총체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특히 가족의 관심과 배려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도박중독은 충동이 생기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영민 센터장(심리학 박사)은 "당뇨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게 도박중독이라 처음부터 도박에는 아예 손 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