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확정 판결 선고 전이라도 직무를 정지토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규정의 적용도 즉시 중지시켰다. 이로써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던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두 달여 동안의 '식물 도지사'상태에서 벗어나 도지사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이번 헌재 결정으로 강원도의 도정(道政) 공백 상황이 해소된 것은 도와 도민을 위해 긍정적이다. 내년 7월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유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서둘러 추진하려면 민선 5기 체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 지사는 인사ㆍ조직 정비를 마치고 도정 활동을 안정시켜야 한다. 도민과 새 집행부가 지지와 신뢰로 혼연일체가 되어 유치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처지다.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내려질지 알 수 없고,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마지막 날까지 도와 도민을 위해 헌신하는 도백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바란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누구든 무죄로 간주하는 헌법 정신을 새삼 일깨운다. 중범죄자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고 전자발찌 착용에 소급 입법 적용이 이뤄지는 시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헌재는 범죄 혐의자가 지방 행정을 좌우하게 해선 안 된다는 선의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직무정지라는 큰 불이익을 주려면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대 변화나 국민 감정을 반영해 법률을 제ㆍ개정하더라도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면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국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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