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을 가장 쉽게 여행하고, 동강의 비경을 속속들이 즐길 수 있는 여행 방법은 래프팅이다. 물길을 따라 그 물길이 수놓은 화려한 풍경을 손에 스치듯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프팅은 또 짜릿한 스릴까지 더할 수 있어 동강의 대표적인 레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번 아리수길 9코스는 동강의 래프팅 구간 중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영월의 어라연을 지난다. 단 물길이 아닌 산길, 래프팅이 아닌 트레킹으로 떠나는 길이다. 동강 바로 옆 산으로 올라 능선길을 걸으며 동강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걸음이다. 그 중심 봉우리는 장성산(693m)과 잣봉(537m)이다.
시작점은 어라연 래프팅의 출발점과 같은 문산나루다. 바로 옆 강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래프팅 보트를 바라보며 등산화 끈을 고쳐 묶었다. 나루는 래프팅 타는 이들로 북적거렸지만 산길은 오가는 이 없어 적막했다. 조용한 산길에선 작은 꽃봉오리들이 모처럼 만난 사람들이 반가운지 고개를 끄덕거린다.
길은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땀도 함께 솟는다. 허벅지가 제법 팍팍해질 무렵 능선을 타게 됐다. 강물에서 올려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인 뼝대 위로 걷는 하늘길이다. 강물 건너 문산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강물은 유유히 휘돌아 나가고, 발 밑 뚝 끊어진 절벽에선 날카로움이 묻어난다. 마을과 강물, 절벽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다. 한자락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자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이 휘발해 버린다.
강과 마을, 절벽을 한번에 굽어보는 쌍쥐바위 전망대를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강물은 초록 뒤에 숨더니 시선에서 사라졌다. 장성산 정상에서 한 호흡 가다듬고 능선을 따라 내려왔다. 30여 분 내려오니 큰마차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여기선 다시 길 건너편 능선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400m만 가면 잣봉이다. 다행히도 오르막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쉬엄쉬엄 마지막 절정을 이룬 초록을 감상하며 숲길을 걷는다.
잣봉 정상은 동강에서도 이름난 전망대다. 동강 물줄기에서 최고의 볼거리라는 어라연을 위성사진 찍듯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어라연(魚羅淵)이다. 동강의 물줄기는 잣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에 막혀 어라연 직전에서 180도를 꺾어 급하게 휘돈다. 이제 막 급커브를 튼 물줄기 한가운데에 3개의 바위섬이 떠있다. 삼선암이다. 섬의 바위를 비집고 자란 소나무의 초록도 짙었다.
레프팅 보트들이 삼선암을 휘휘 돌아가고 있다. 래프팅을 직접 했을 때가 기억났다. 한창 신나게 떠들고 물장난을 치다가도 이곳 어라연의 삼선암을 지날 때면 모두들 숙연하게 입을 닫고 그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어라연을 지난 물길은 바로 된꼬까리를 만난다. 동강의 물줄기에서 가장 낙차가 큰 여울이다. 동강 래프팅에서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곳이다. 된꼬까리의 거친 물소리가 협곡을 타고 잣봉 정상에까지 올라와 메아리 친다. 하늘길에서 만나는 동강의 울림이다.
잣봉 정상에서 목적지인 거운리 거운분교까지 가는 길은 2가지다. 잣봉 능선을 타고 작은마차마을로 해서 내려가는 산길과, 삼선암 바로 앞까지 내려가 강변을 따라 빙 둘러가는 길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계속된 비로 강물이 많이 불었다. 강변 길이 물에 잠겼기에 작은마차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잣봉서 능선을 타고 가는 600여m 정도는 계속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길이다. 소나무 줄기 사이로 시퍼런 동강의 물빛이 계속 스쳐 지나갔다.
영월=글ㆍ사진
■ 여행수첩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까지 달린다. 영월IC에서 영월읍을 지나 동강 방향으로 가면 동강 래프팅의 종점인 거운리 섭새나루를 만난다. 거운리에서 문산나루까지 6km 정도 거리다.
문산나루서 시작해 거운리까지 내려오는 아리수길 9코스는 2가지다. 잣봉에서 작은마차마을로 해서 내려오는 코스는 6.5km, 잣봉에서 삼선암까지 내려가 강물을 끼고 내려오는 코스는 9.7km다. 동강관리소 삼옥안내소 (033)375-5377
동강 물길의 된꼬까리 아래는 동강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다. 예전 떼꾼들이 무사히 된꼬까리를 통과하고는 잠시 쉬어가던 곳이다. 이곳엔 떼꾼들을 위한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만지에서 조금 내려와 만나는 강가의 어라연상회(033-375-1463)가 만지 주막을 대신한다. 떼꾼 대신 래프팅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문산나루 인근인 평창군 미탄면에 있는 대림장식당은 막국수로 유명한 곳이다. 물막국수 5,000원, 비빔막국수 6,000원이다. 편육(1만원)도 곁들일 만하다. (033)332-3844
승우여행사는 11, 12일 출발하는 아리수길 걷기(9코스) 참가자를 모집한다. 오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다. 참가비 4만5,000원. 교통비, 점심식사 등이 포함됐다. (02)720-8311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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