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국새 제작이 민홍규(56) 전 국새제작단장의 사기극으로 결론이 나면서 현재 사용 중인 국새의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 국새가 견고하게 제작돼 계속 쓰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국새로서의 의미가 퇴색한 이상 이를 사용하는 것은 행정안전부로서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5대 국새를 새로 만들지, 보관 중인 3대 국새를 보완해서 쓸지가 관건이다.
3대 국새 재사용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설계에 문제가 있었으나 내부 보강만하면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균열 등의 문제로 역할을 다하고 보관조치가 내려진 만큼 재사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강해서 쓰면 별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이미 쓰지 않기로 한 국새를 다시 쓴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5대 국새를 만들면 국새와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키면서 국새의 정통성을 찾는 효과도 있다. 서예전각자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는 “국새는 국가 권위와 정통성의 표상으로 과거에는 제왕의 위치와 버금가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며 “국새의 의미와 국가 정체성을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검증으로 5대 국새를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예 국새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세계 200여개 국가 중 국새가 있는 나라는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국가가 주요 문서에 국가 최고층의 서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통수권자의 국새전달식도 국새의 중요한 역할인데 이 의식은 대통령 이ㆍ취임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역사학자는 “예전 같으면 왕권을 승계하는 데 국새가 주요 역할을 했으나 이젠 그런 의식조차 치르지 않고 있다”며 “국새가 이젠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인 행안부 대변인은 “경찰 조사가 끝나야 국새에 대한 본격 논의를 할 수 있겠지만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 국새의 필요성과 의미 등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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