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 의원총회를 열어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서울 마포을) 의원을 제명했다.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처음 알려진 7월20일 이후 44일 만이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는 당 소속 의원 135명이 참석해 표결없이 만장일치로 제명안을 의결했다. 제명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172명) 중 3분의2(115명) 이상의 찬성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강 의원 제명에 이의가 없느냐”고 몇 차례 물었고, 의원들이 “없다”고 답해 강 의원 제명이 속전속결로 결정됐다. 조원진 의원이 “동료 의원을 제명하면서 만장일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다른 의원들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동료 의원 제명 여부를 투표로 정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고, 무더기 이탈표가 나와 제명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어 제명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당헌상 재적의원의 3분의1(58명) 이상이 요구하면 표결을 하게 돼 있지만, 표결을 요구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너무 괴롭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강조했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도덕적 눈 높이가 높아진 것을 확인한 만큼 당이 더 이상 이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2일 오전 당 지도부는 강 의원 측으로부터 “오후에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 탈당을 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지만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오후 들어 서울서부지검이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해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의원들 사이에선 “이제는 도리가 없다”는 말들이 나왔다.
강 의원은 성희롱 파문이 불거진 뒤 당과 일절 연락을 끊었다. 최근 들어 강 의원과 가까운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원희룡 사무총장이 강 의원과 수 차례 접촉해 자진 탈당을 권유했지만, 강 의원은 “억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탈당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 되고,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제명은 한나라당 당헌당규 상 가장 강력한 징계다. 강 의원은 당적과 당원권을 박탈당하게 되고, 앞으로 5년간은 한나라당에 다시 입당할 수 없다. 한나라당 창당 이래 소속 의원이 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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