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州)에 있는 디스커버리 방송국에서 1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동양계 남성이 4시간여 동안 무장인질극을 벌이다 대치 중이던 경찰에 사살됐다. 숨진 범인은 ‘제임스 제이 리’라는 이름의 43세 아시아계 남성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현지 일부 언론은 이 남성이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혼혈인이라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은 “용의자가 인질 1명을 향해 권총을 겨눠 특공대가 총격을 가했다”며 “인질로 잡혀있던 방송국 직원 2명과 경비직원 등 3명을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고 밝혔다.
범인은 이날 오후 1시께 권총과 폭발물로 보이는 금속물질을 몸에 두른 채 방송국 건물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였다. 경찰은 직원 1,900여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린 뒤 범인과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사살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범인은 극단적 환경주의자로, 디스커버리 방송국에 인간의 타락을 경고하고 지구를 구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을 요구하며 수년동안 항의시위를 벌였다. ‘savetheplanetprotest.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해온 그는 2008년 2월 방송국 앞에서 수천달러의 돈을 공중에 뿌리며 1주일 동안 항의시위를 하다 체포돼 2주간 복역했으며, 6개월 보호관찰과 500달러의 벌금, 방송국에서 150m 이내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당시 그는 돈을 뿌리면서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쓰레기일 뿐”이라고 외친 뒤 길거리 부랑자에게 돈을 주고 플래카드를 들게 했다. 또 자신의 구호를 가장 크게 외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웹사이트에 환경에 관한 에세이를 응모토록 해 참가자에게 20달러, 에세이가 채택된 사람에게는 1,000달러의 상금을 줬다.
그는 이 웹사이트에서 “인간이 가장 파괴적이고 더럽고 오염된 존재”라며 “거짓된 도덕과 번식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1개 항목의 ‘인터넷 코뮤니케’를 게재했다. 이번에도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전쟁과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홍보를 중단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송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하와이 태생으로 알려진 범인은 한 때 당국의 부랑아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환경운동가 대니얼 퀸의 소설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의 환경 다큐멘터리에 영감을 받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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