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딸이 한 평생 걸을 수 없듯이 당신 또한 잃어버린 기억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서럽고, 서럽습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제11회 편지쓰기대회에서 응모자 8만4,000여명 가운데 대상을 받은 임영자(46ㆍ서울 성동구 금호동)씨가 어머니께 쓴 편지의 일부다.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쓴 임씨는 20여 년간 자신을 업고 키우고 중풍으로 누운 남편의 병수발을 해내곤 치매에 걸린 70대 어머니에게 말로 못한 감사의 마음을 저렇게 썼다.
임씨의 편지엔 가족의 한 많은 삶과 애틋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먼저 편지에서 “12년을 중풍으로 누워있던 남편과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딸을 키우며 당신은 열 손가락을 몇 번을 꼽았다 펴야 할 정도로 안 해본 장사가 없으셨다”며 어머니의 힘겨운 삶에 아픔을 토로했다. 임씨는 또 어렸을 적 밖에 나가지 못하는 딸을 위해 봄이면 개나리를 꺾어다 주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낙엽을 책갈피에 끼워주던 어머니의 모습을 소개했다. 특히 노란 산을 구경 시켜주겠다며 딸을 업고 나가려다 넘어져 이마를 다치자 부둥켜안고 ‘미안해, 미안해’하던 어머니와 어린 나이에도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복받쳐 울었던 사연도 밝혔다.
임씨는 또 편지에서 “치매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모라고 하기도 하고, 어머니라고까지 불러 가슴이 미어졌다”며 “그러나 몇 개월에 한 번쯤 가족을 알아볼 때는 천금만금을 얻은 것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적었다.
임씨는 “하늘은 평생 걷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태어나게 하신 대신 어머니라는 이름의 수호천사를 보내 주셨다”며 “어머니, 당신을 존경하고, 당신 딸임을 영원히 감사 드립니다“라며 편지를 마쳤다.
2일 서울 충무로1가 포스트타워에선 임씨를 비롯, 제11회 전국편지쓰기대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전국 편지쓰기대회는 우정사업본부가 국민정서를 함양하고 편지쓰기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회로, 입상작은 작품집으로 엮어 전국 우체국과 학교에 배포된다. 올해 대회에는 지난해보다 응모작이 22% 늘어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초등부 저학년(1~3) 부문은 박은하(성남 동초 3년)양이, 고학년(4~6)은 곽윤미(청원 외천초 6년)양이, 중등부는 조영찬(대구 협성중 2년)군이, 고등부는 조미연(구미 현일고 3)양도 각각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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