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식은 4대 국새 제작 이유였다. 최첨단 기법으로 제작했다는 3대 국새가 사용 9년 만에 균열이 발견돼 전통 방식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통 방식으로 국새를 구워야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법처럼 주장하며 3대 국새를 비판한 것이 민홍규(56)씨였다. 그가 4대 국새 제작을 맡게 된 이유도 이 기법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국새제작자문위원장이었던 정옥자(68) 국사편찬위원장은 “민씨에게 전통 기법이 없었다면 4대 국새 제작을 민씨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민씨는 전통 방식이 검증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렸다. 국새를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기법인 ‘600년 비전(秘傳)’을 유일하게 승계받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민씨가 전통 방식이 없다는 것을 경찰에 실토한 이상 그가 이 비전을 받았다고 주장한 정기호(1899~1989) 선생이 초대 국새 제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만일 제작했다 해도 주물 방식이 아닌 단순 전각 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한국일보 26일 10면)이 크다.
따라서 이를 검증하지 않고 그에게 4대 국새 제작을 주도케 한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행안부는 국새를 제작하기 위해 구성된 국새제작자문위 회의에서 민씨의 전통 국새 제작 방식에 대한 구체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제시됐지만 민씨에게 일절 증거를 요구하지 않았다(한국일보 24일자 2면). 특히 국새 제작 과정에서 민씨와 제작단원 이창수(46)씨 간에 국새 제작 방식을 갖고 논란이 일었지만 단 한 번의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민씨의 사기 혐의가 입증된다고 해서 국새가 새로 제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새 국새는 이미 잘 만들어진 것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소가 실시한 분석 작업에서 4대 국새는 30년 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는 합격판정이 이미 내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이 국새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국새제작자문위를 다시 소집해 국새를 다시 만들어야 할 만큼 큰 흠이 있는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이상 다시 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새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미 국새의 권위가 나락으로 떨어진 데다 공무원들의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국새가 규정대로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팽배해 행안부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인 대변인은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국새 재제작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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