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호두 두 개를 손에 쥐고 지압을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 동영상은 제 친할머니가 호두로 지압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7월 28일 오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씨그래프(SiGGRPAH) 2010'대회장이 한 순간 정적에 휩싸이며 난데없는 호두 구르는 소리만 따그락 따그락 메아리 쳤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유명 대학에서 온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 보는 생소한 풍경이었고,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김현희(24ㆍ홍익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석사 1학년)씨는 당당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껏 사용돼 온 악력기는 이용자의 힘을 고려하지 않아, 노인이나 환자들은 악력기를 사용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이 악력기는 이용자들이 손 안에서 호두처럼 편하게 갖고 놀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그는 자신의 작품을 심사위원들 앞에 꺼내놓았다. 김씨가 내놓은 악력기는 쥐는 사람의 힘에 따라 색이 '빨강, 노랑, 파랑'순으로 변해 누구나 쉽게 손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고안된 건강기구였다.
김씨는 이 건강기구로 이 대회 리서치 챌린지(Research Challenge) 분야에서 미국 MIT 미디어랩과 일본의 유명 게임사 스퀘어에닉스사 등 3개 팀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씨그래프는 세계 각국의 컴퓨터 그래픽과 IT(정보기술) 디자인 종사자들이 모이는 유명 디자인 경연대회로 30여 년의 연륜을 키워왔다.
김씨가 제출한 작품에는 '호두(Hodu):실패율 제로의 물리치료기'란 이름이 붙었다. 씨그래프 리서치 챌린지는 제시된 주제에 맞춰 신기술을 잘 응용한 디자인을 뽑는 공모전. 이번에 제시된 주제는 '참신한 인터렉티브(상호작용)'로 김씨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대회 취지에 가장 잘 부합되는 디자인 솔루션(Solution)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씨는 "평소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이라는 의미의 UI(User Interface)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며""친할머니가 항상 호두를 만지작거리며 '이걸 하면 머리가 좋아지고, 혈액순환도 잘 된다'며 흐뭇해하시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작품의 디자인에 대해 국내 특허를 획득했고, 앞으로는 이 기기에 무선통신 기능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이 분야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장차 학생들에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 철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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