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1999년 영혼을 사로잡는 소리를 우연히 듣는다.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온 소리였다. 스승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에 바커는 한국을 드나들며 소리의 주인을 찾아 다녔다. 그가 무형문화재 82호 동해안 별신굿 기능보유자 김석출(1922~2005) 옹임을 겨우 알아냈지만 상세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바커는 정체 모를 스승을 찾아 헤매며 한국의 전통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2005년 병색이 완연한 김 옹을 만났다.
영화는 바커가 김 옹을 찾아 다니며 한국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과정을 전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애써 외면해 온 우리의 소리가 조금씩 정체를 드러낸다. 우리 가락이 지닌 아름다움과 가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한국적 세계관이 벽안을 통해 전달된다.
8세 때부터 생계를 위해 배운 동해안 별신굿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 옹은 “서양인을 만나긴 처음”이라며 태평소와 장구 연주로 바커를 반긴다. 김 옹의 생애 마지막 연주였다. 그는 사흘 뒤 숨을 거뒀다. 바커가 있었기에 그의 마지막 모습이 영상에 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감독 엠마 프란츠는 바커와 친분이 있는 호주의 재즈 가수다. 바커의 사연을 들은 뒤 영화 연출을 결심한 그는 사재를 털어 제작비를 댔다. 호주 정부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았다. 후반작업을 하며 돈줄이 말랐을 때 일본 공영방송 NHK가 구세주 역할을 했다. 아시아 판권을 갖는 조건이었다. 프란츠의 요청으로 한국 판권은 제외돼 큰 장애 없이 한국 개봉이 이뤄졌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첫 상영돼 화제를 모았다. 프란츠는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중한 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잊고 지내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뿌듯하다”고도 했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면서도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을 함축해낸 말들이다. 2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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