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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침조기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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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침조기 예찬론

입력
2010.09.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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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기'에서 점 하나를 뺀 '침조기'가 있다. 침조기는 어머니가 즐겨 일용하시는 생선이다. 조기 하면 참조기다. 참조기를 말리면 굴비가 된다. 참조기를 지역에 따라 황조기, 노랑조기라 부르는 것은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부분에 노란색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노란색, 즉 황금빛을 띠면 수산물이든 농산물이든 값이 비싼 것이 부담이다. 참조기의 사돈의 팔촌쯤 되는, 값이 싼 침조기가 있다. 참조기와 침조기의 족보를 살펴보면 둘 다 농어목 민어과이다. 다만 사는 곳이 다르다. 달라도 한참 멀다. 참조기는 서해 바다가 본적이고, 침조기는 서부 아프리카가 본적이다.

기다란 침이 있어 침조기라 부르는데 유통 단계에서 침을 잘라버린다. 침조기의 공식 이름은 '긴가이석태'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그렇게 부르는데 나는 뜻도 모르는 긴가이석태보다는 침조기가 훨씬 정겹고 맛있다. 어머니는 4, 9일에 서는 서창장에서 침조기를 구입하신다.

얼마나 열심히 다니셨는지 침조기 생선장수와 단골이 됐다. 덤으로 받아오는 침조기도 많다. 침조기는 노릇노릇하게 구워 놓으면 맛이 좋아 우리 가족은 침조기 마니아가 됐다. 어머니는 마니아에서 전도사가 됐다. 창원 사는 여동생도, 진해 사는 어머니 친구분들도 어머니에게서 침조기를 공급받는다. 값이 싸다고 무시하지 마라. 침조기 먹다 슬쩍 생선가시 하나를 더하면 참조기가 되는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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