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원상회복됐다. 올 여름 바닷가와 야외수영장에서 생겼던 수영복 자국 말이다. 선크림(자외선차단제)를 얼굴과 팔다리에만 대충 발랐더니 등이 말 그대로 구릿빛으로 그을린 탓에 한동안 따가워 혼났다.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준 덕에 우리 아이는 다행히 엄마 같은 '고통'을 겪진 않았다.
어른들은 어릴 땐 햇볕 아래서 뛰어놀며 피부도 까맣게 태워야 건강해진다고들 하신다.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3세 이하 아이는 피부가 스스로 보호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같은 양의 자외선을 받아도 어른보다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자외선은 피부에서 성장에 필수인 비타민D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아이에게 자외선차단제를 쓰지 않는 엄마도 간혹 있단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자외선차단제는 비타민D 합성에 필요한 정도의 햇빛은 통과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타민D는 균형 잡힌 식사로도 생성된다.
다만 아이용 자외선차단제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르는 게 좋겠다. 자외선차단제에 들어 있는 성분은 물리적(무기), 화학적(유기) 성분으로 나뉜다. 무기성분은 피부에 막을 씌워 자외선을 반사시키고, 유기성분은 자외선을 흡수한다. 보통 자외선차단제에는 무기와 유기성분이 대략 반씩 섞여 있다. 두 성분 모두 단점이 있다. 무기성분은 발랐을 때 하얘지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유기성분은 피부 속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인체에 좀더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전문가들은 유아용 자외선차단제에는 유기성분을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 효과를 위해선 무기와 유기성분을 혼합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화장품업체의 입장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덩치가 커서 피부에 잘 스며들지 않지만 자외선 차단에는 문제 없는 새로운 유기성분을 찾아냈다. 같은 성분이라도 땀이나 물에 녹지 않게 특수처리 해 피부 자극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했다. 아이가 바를 자외선차단제를 구입할 땐 성분표시를 꼼꼼히 확인해 봄직하다.
자외선차단지수(SPF)도 신경 써야 한다. SPF는 자외선차단제를 발랐을 때 자외선을 받은 피부에 자극이 나타나는데 걸린 시간을 바르지 않았을 때 걸린 시간으로 나눈 값. 3가지 자외선 중 자외선B를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뜻한다. 경기열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린 아이에겐 SPF 30만 되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SPF 옆에 붙어 있는 + 표시는 자외선A 차단지수다. 경 위원은 "노화를 일으키고 실내로도 침투하는 자외선A는 자외선B보다 차단이 어렵다"며 "아이에게는 +가 2개 이상 붙은 제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외선C는 오존층에서 흡수돼 인체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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